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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경주 방폐장 처리’ 주장은 성급한 논리

2018.07.11 20:58 입력 2018.07.11 21:00 수정
김창락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지난 5월3일 가정에서 사용하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해당 침대를 사용해온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쏟아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침대 속커버와 스펀지에 라돈과 토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라돈 침대’ 수거명령을 내렸다. 현재 수거된 침대는 충남 천안에 있는 대진침대 본사와 충남 당진에 있는 임시야적장에 쌓여 있다. 하지만 이들 침대의 폐기를 놓고 부적절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된 침대 매트리스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사성물질이 아니라 자연상태의 광물인 모나자이트가 포함돼 있다. 모나자이트 내에 포함된 천연방사성핵종인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라돈과 토론 기체가 발생되는 것이다.

김창락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김창락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우라늄과 토륨을 미량 함유한 천연 광물질은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생방법)에 따른 원료물질(예: 모나자이트) 또는 가공제품(예: 라돈 침대)으로 관리되고 있다. 생방법에서는 천연방사성핵종을 함유한 원료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공정 부산물을 처분하거나 재활용할 때 해당 물질에 포함된 방사능 농도를 낮출 수 있게 희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수거된 매트리스는 모나자이트에 오염된 속커버와 스펀지 등의 부분과 모나자이트가 전혀 쓰이지 않은 스프링, 겉커버 등을 분리하는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수거된 라돈 침대 구성품 중에서 모나자이트 성분이 함유된 부분에 대해서는 천연방사성핵종의 수량과 농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생방법의 안전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관리방안을 우선 모색하는 게 원칙이다. 물론 수거 후 분리된 천연방사성물질의 수량이나 농도가 생방법의 관리체계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규제대상은 아니지만 방사성폐기물에 준해 후속 관리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원안위의 구체적인 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순히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연 광물질이 함유된 침대를 방사성폐기물로 간주해 경주에 있는 처분장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는 천연방사성핵종에 대한 국내 법체계나 방사선 안전에 대한 기본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논리다.

그리고 경주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경우 처분비용이 200ℓ짜리 1드럼당 약 1400만원에 이른다. 과거 처분부지 선정 과정의 어려움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처분장은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향후 원안위는 주변 환경과 주민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 라돈 침대 처리지침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내 법령에 반영돼 있듯 원자력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된 인공방사성핵종이나 핵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 핵물질이 포함된 방사성폐기물과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물질의 관리는 원칙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방사성폐기물로 간주해 관리하게 된다면 우리 생활환경에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자연방사선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와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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