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릎 위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 줄게”, “남자는 몸매 좋은 여자를 보면 몸의 뭔가가 반응한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성희롱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재학생들은 교무실 앞 등에 성희롱 내용을 폭로하는 포스트잇을 붙였고, 졸업생들은 학교 앞 담벼락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지지와 폭로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해당 학교의 성희롱 사례를 폭로하는 별도의 계정을 만들고 제보를 받고 있다.

학생들이 만든 SNS 등에 따르면 교사 ㄱ씨는 학생들에게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이쁘고 쭉쭉빵빵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학생들의 팔 등을 상습적으로 만지며 “예뻐서 그러는 거다. ‘섹시하다’고 하는 건 칭찬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 또 ㄱ교사는 수업시간에 “여학생들과 노래방을 자주 갔었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사지를 해달라고 하면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의 다른 교사들도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학생들이 전했다. 교사 ㄴ씨는 학생들에게 ‘섹시한 동작’을 요구했다고 한다. ㄷ씨는 “(여학생들에게) 너희 그렇게 하고 다니지 마라. 남학생들의 환상이 깨지지 않느냐” “너는 왜 그렇게 생겼냐”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성희롱·성차별 발언 등에 대해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항의했지만 교장·교감 등이 방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재학생은 “집단 행동을 할 움직임을 보이고 나서야 교장이 스피커를 통해 2분 정도 사과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교사 ㄱ씨는 지난 10일에야 한 교실을 방문해 “내가 언제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학생들이 그렇다고 하니 사과는 하겠다”며 “앞으로 예쁘게 봐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외적 이미지만 신경 쓰는 가짜 사과를 학생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 같냐”며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교사 ㄱ씨가 제보자를 색출하려 하는 등 2차 가해를 하고, 폭언을 했다며 교사직 박탈을 요구했다.

해당 학교 교감은 1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폭로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교장은 ‘병가 중’이라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날 해당 학교는 ‘성희롱 피해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며 사태수습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학교 SNS 계정에는 성희롱 피해 사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도 늘어나고 있다.

한 재학생은 경향신문에 “성희롱 재발을 막으려면 선생님들에게 관련 교육을 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가해 선생님들도 도피만 하지말고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라”는 말을 전했다.

이날까지 스쿨미투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거론되는 학교는 10여곳이 넘는다. 특히 지난 주말부터 트위터에는 해당 학교 이름이 들어간 관련 해시태그를 집중적으로 리트윗(RT)하는 방식으로 학내 성희롱·성추행을 공론화하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스쿨미투’를 통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문제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경찰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스쿨미투’ 이후 교육청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 7월에는 광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해 광주교육청과 경찰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1일 오후 “해당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며 “성희롱 폭로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