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담을 나눴다, 재도전 용기가 생겼다

2018.09.16 21:54 입력 2018.09.16 21:56 수정

광화문광장서 정부 주최 첫 ‘실패박람회’ 가보니

‘실패자=낙오자’ 인식 바꾸자 기업 대표·방송인 홍석천 등 ‘실패·재기’ 나누며 희망 심어

자영업자 상담 부스도 마련…문 대통령 방문, 참석자 격려

박대현 ‘에이플래닛’ 대표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실패박람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에게 자신의 과거 어려웠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대현 ‘에이플래닛’ 대표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실패박람회’에서 참석한 시민들에게 자신의 과거 어려웠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대현씨(27)는 어린시절에 ‘외환위기(IMF) 사태’를 경험했다. 아버지의 사업은 문을 닫았고, 온 가족은 빚을 갚기 위해 생업전선에 나서야 했다. 박씨는 겨우 중학교를 졸업했다. 가정형편상 고교 진학은 언감생심이었다.

박씨는 박스 접는 일부터 말똥 치우는 일, 편의점 아르바이트, 건설 공사장 일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한 대기업 전기직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중졸이란 학력으로 합격이 취소됐다. 오기가 생겼고 검정고시를 치른 후 전문대를 졸업했다. 사원을 거쳐 대리, 팀장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맛봤다. 지금은 어엿한 회사 대표가 됐다. 공공예술 기획사인 ‘에이 플래닛(APLANET)’ 대표인 그는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마음껏 ‘자랑’했다. 그는 “흔히들 한 번 실패하면 인생이 몰락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패라는 건 항상 순간순간에 오더라”며 “그간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으나 작은 성취들이 하나둘 모이자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표가 선 자리는 ‘2018 실패박람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실패담과 재기 과정을 털어놓고 시민들과 얘기하는 무대였다. ‘실패를 넘어 도전으로’란 주제로 지난 14일 개막해 이날까지 열린 실패박람회는 실패자가 낙오자라고 낙인찍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자는 목적으로,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행사다.

국내 피자사업을 처음 들여와 한때 개인소득세 국내 1위였지만 수차례 파산을 겪고선 지금도 다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성신제피자’의 성신제씨, 첫 식당을 개업할 때부터 전 재산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방송인 홍석천씨 등이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아울러 전국에서 모인 100명이 우리 사회 ‘실패’를 이야기해보는 ‘백명토론’, 현직 경찰과 비행청소년 출신 사회적기업가가 모여 청소년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는 ‘정책살롱’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과학의 실패 특별전’, ‘1등에 가려진 주역전’ 등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행사장엔 재도전을 꾀하는 기업인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상담 부스도 마련됐다. 중기벤처부에서 운영한 ‘재기업 도전인 마당’은 법률, 세무, 회계 등 분야별 상담을 통해 재창업을 하고 싶으나 방법을 모르는 이들을 맞았다. 이날 오후 해당 부스에서는 사업에 실패하고 신용불량자가 된 한 남성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한 번 실패로 채무가 쌓이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 위축되는 바람에 재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채권자와 똑같이 채무자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채무조정제도나 신용회복 기회를 잘 몰라 혼자 끙끙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노숙인들에게 사진 촬영법 등을 가르치며 재활을 돕는 사진작가 조세현씨의 ‘희망프레임’전 등을 둘러보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실패를 주제로 박람회를 열기는 전 세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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