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입지 반대 유감

2018.09.27 20:54 입력 2018.09.28 09:59 수정

우리 사회 에너지전환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더디기만 하다. 거대 발전시설 입지가 야기했던 사회갈등이 최근엔 태양광시설 설치 예정지역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환경보건영향을 이유로 지역 주민이 태양광 패널 설치를 반대하는 해외사례를 듣지 못했기에 당혹스럽다. 일부 산림 훼손이 심한 경우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엔 잘못된 정보로 혐오시설인 양 반대하는 일도 없지 않다.

[녹색세상]태양광 입지 반대 유감

대표적 사례가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들어설 태양광 시설에 대한 반대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대공원 정문 주차장 부지에 약 10㎿ 규모의 태양광을 ‘제2호 태양광 시민펀드’ 방식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얼마 전 사업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일부 과천시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해당시설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카드뮴과 납 같은 유해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데다 서울시 소유 태양광 시설을 과천시민 돈으로 과천에 설치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주차장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주장은 처음 듣는다. 주민 거주 지역으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고 이미 콘크리트로 포장된 곳인데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차장 태양광 설치 사례는 부지기수다. 생각해보라. 넓은 공간에 햇빛을 가리는 방해물이 없으니 다른 데보다 전기 생산에 유리하다. 여름엔 주차 차량 내부가 뙤약볕으로 데워지는 걸 막을 수 있고 패널이 차양막이 되어 보행자들에겐 그늘이 된다. 비가 올 땐 승하차 시 비를 피할 수 있고 겨울엔 폭설이나 바람막이 구실도 한다. 그래서 주차장 태양광 발전소가 쑥쑥 들어서고 있다. 다른 나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대형마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야구장, 구청, 공장 등의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여럿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설치 예정 장소에 직접 가보았다. 그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면 앞서 말한 편익에 더해, 규모가 커서 방문객인 아이와 시민들에게 생생한 에너지전환 교육 현장이 될 법했다.

주차장 옆에는 카드뮴과 납이 들어 있는 죽음의 시설이라며 해골을 그려 놓은 현수막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태양광 패널엔 정부 규제로 카드뮴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셀과 전선 연결을 위해 납이 소량 사용되긴 하지만 회수해서 재사용하는 데다 납은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들어 있다. 문제가 될 수 없다.

시민펀드 방식을, 과천시민 돈으로 전기를 만들어 과천시민에게 팔겠다는 발상으로 오해하고 수익률이 낮아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사실은 이렇다. 사업방식으로 제안된 시민펀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 국민 대상이다. 과천시민으로 제한할 수 없다. 태양광 생산전력은 20년간 정부가 장기고정가격으로 구매해주기에 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아 과천시민을 배려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미 2015년 서울시는 지하철 기지 4개소에 총 4.24㎿ 규모 태양광 설비를 전 국민 대상의 제1호 태양광 시민펀드사업으로 추진해서 4.18%의 수익을 가입시민에게 돌려준 경험이 있다.

과천시는 과천시민이 소비하는 전력량의 0.1%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전기 소비량 거의 전부를 다른 지역에서 가져오고 있다. 과천시의 매월 가구당 평균 전력소비량은 234.9kWh로 전국 평균(221kWh)은 물론 서울시 평균(228kWh)보다 높다.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나 사고위험이 수반되어 해당 지역주민은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쓰는 과천시민들이 이런 문제에 무감각해서는 곤란하다. 과천시민들도 이제 내 앞마당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야 할 때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소가 세워지면 과천시 전력 자급률은 3.3%로 높아진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이 그 출발이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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