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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박근혜 정권 때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개입”

2018.10.12 06:00 입력 2018.10.12 06:03 수정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

허준영 전 회장 수사 중 확인

옛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군 합동수사단(합수단)이 2016년 청와대와 기무사가 민간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 회장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합수단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59)이 부하 군인들에게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도우라고 지시했는지 수사 중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합수단은 허준영 전 자총 회장(66)을 지난 10일 참고인으로 불러 2016년 2월25일 열린 제16대 자총 중앙회장 선거 과정 등을 조사했다. 허 전 회장은 경찰청장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낸 후 제15대 자총 회장에 취임했다. 친박 인사를 누르고 당선된 후 연임에 도전했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낸 김경재 전 회장(76)에게 패하면서 연임에 실패했다.

합수단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 전 사령관의 한 참모가 2016년 초 수기로 작성해 조 전 사령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입수했다. 해당 메모에는 “1월16일 청와대가 ‘허준영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며 김경재에게 자총 선거에 출마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사정당국에 허 전 회장 낙선 작업을 독려하며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코레일보다 더 큰 건을 터뜨리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한 ‘코레일 사건’은 검찰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비리 혐의로 허 전 회장을 수사한 사건으로 보인다.

합수단은 실제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초에 자총 관계자들에게 김 전 회장 지지를 요청한 정황도 포착했다. 조 전 사령관과 친분이 있는 조모 전 자총 지역지부장은 “조 전 사령관이 ‘나도 김 전 회장이 민주당 쪽에 있던 사람이라 싫지만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다’면서 김 전 회장을 찍으라고 했다”고 주위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에 다녀온 후 나한테 ‘김경재를 아느냐’면서 ‘가서 만나보는 게 좋겠다’고 했고 나 대신 사무차장이 자총 지역 대의원과 기무사 요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합수단이 입수한 메모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당시 떠돌던 풍문을 기무사 요원이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조 전 사령관이 기무사 요원들에게 김 전 회장이 당선되도록 협력하라고 지시했다면 형사처벌(직권남용 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체류하면서 국내 입국을 미루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달 20일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인터폴에 수배 요청을 했다. 외교부도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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