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료개혁이 최우선 과제다

2018.10.22 20:51 입력 2018.10.22 20:52 수정
신영섭 |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걱정거리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진이 난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땅이 꺼지고, 멀쩡하던 건물이 무너진다. 매일 먹고 마시고 바르던 것들이 건강에 해롭다고 해서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고 여성들이 성폭력에 시달리며, 누가 몰래 훔쳐보지 않나 걱정한다. 미친 집값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서, 밤낮없이 일에 시달려서 모두들 신경이 곤두섰다. 내 한 몸, 내 가족이 무사하기만 바라며 침묵할 뿐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몰라 모두들 허둥대며 한숨만 쉬고 있는 형편이다.

[기고]관료개혁이 최우선 과제다

질서가 무너지고 툭하면 전란이 일어나던 춘추전국시대, ‘어떻게 해야 나라가 잘되겠냐’는 질문에 공자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임금이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가 신하다워야 한다’고.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지만 자칫하면 하나마나한 얘기가 된다. “모두의 책임은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처럼. 어느 조직이건 그걸 움직이는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책임자가 있기 마련이다. 시스템 작동이 잘 안된다면 먼저 그 이유를 살피고, 혹시 운영자 책임은 없는지 따져봐야 옳다.

반세기 이상 한국 사회를 움직여온 핵심세력은 재벌과 관료였다. 이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력이 더해지면 ‘철의 삼각동맹’이 완성된다.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집단은 처음엔 정치권력에 줄을 대고 관료집단의 비호 아래 성장해왔으나, 이젠 누구도 손을 못 대는 공룡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뿌리고 관료들을 관리하며 여론을 주무른다. 이처럼 거대한 먹이사슬 아래 ‘을’에 대한 ‘갑질’은 일상이 됐고 ‘삼성공화국’은 이제는 철옹성이다. ‘관피아’는 떡값과 향응을 즐기고 조직 강화와 권한 확대에만 골몰할 뿐 일은 뒷전이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태, 메르스 파동 등에서 드러난 무사안일과 직무유기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눈이 멀어 있으니’ 재발 방지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 관련 규정이 없다, 정치권과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어렵다고 변명하고 둘러댄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책을 세우라고 신분 보장을 하고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이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최선의 해법을 짜내게 하고,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감시하고 보완하는 게 공직자들 본연의 임무다. 먹고살기 바쁜 국민들이 공무원들에게 대신 맡긴 건데, 주권자인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머슴이 ‘갑’으로 군림해온 게 우리 현실이다. 이렇게 재벌은 ‘시장 실패’, 관료는 ‘정부 실패’라는 쌍둥이 괴물을 낳고 키워왔다.

그렇다면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 중 어느 쪽을 먼저 손봐야 할까? 당연히 ‘정부 실패’다. 정부는 시장을 넘어 국민의 일상생활을 책임지고 국정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관료개혁으로 공직기강이 바로 서면 재벌 문제의 상당 부분은 저절로 개선될 것이다. 재벌과 관료의 유착은 대부분 불법과 편법이기 때문이다.

관료 중 일차적인 개혁 대상은 법원과 검찰, 즉 사정당국이다.법원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참담한 지경이다. 공직자들을 감시하고 불법행위를 적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저버리고, 자기들 잇속만 챙긴 이들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시스템으로 거듭나도록 철저하게 개혁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대로 이 나라의 주권자는 국민이며, 모든 공직자들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일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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