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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여대 도서관, 퀴어·젠더 관련 서적 구입 거부해”

2018.12.04 06:00 입력 2018.12.04 06:01 수정

‘동성애’ 이유 들어…신청 학생 “학교, 다양성 존중 안해”

학교 측 “구매하기로 했는데 전산 처리 과정 실수” 해명

서울 성동구 한앙여대 도서관에 이 학교 학생 ㄱ씨가 구입신청했지만 거부당한 젠더 관련 도서 목록. ㄱ씨 제공

서울 성동구 한앙여대 도서관에 이 학교 학생 ㄱ씨가 구입신청했지만 거부당한 젠더 관련 도서 목록. ㄱ씨 제공

서울 성동구 한양여자대학교 학생인 ㄱ씨는 지난달 17일 학교 도서관에 <양성애: 열두 개의 퀴어 이야기> <무성애를 말하다>를 구입 신청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구입취소’ 처분 통지를 받았다. 선정 부결 사유는 각각 ‘동성애’ ‘선정적’이라는 이유였다.

ㄱ씨는 지난달 26일 <젠더 유니버스>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를 추가로 구입 신청했지만 이 역시 모두 ‘동성애’라는 이유로 구입취소됐다.

성소수자인 ㄱ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심사를 사서과의 누가 담당하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심사 담당자가 (동성애, 무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소수자를 아우르는) ‘퀴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이라곤 동성애뿐일 텐데 그마저 배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ㄱ씨는 “세상은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학교는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세상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고 지워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학교 측이 구입을 거부한 도서 <양성애>는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운영위원이 양성애자 여성 12명을 인터뷰해 탐구한 책이다. 한국에서 양성애를 본격적으로 다룬 유일한 학술서적이다. 앤서니 보개트 캐나다 브록대 심리학과 교수의 <무성애를 말하다>는 세계적인 무성애 연구 입문서이다. 2013년 7월 번역 출간되자 다수 언론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독립언론 ‘미스핏츠’가 출간한 <젠더 유니버스>는 한국 젠더 담론을 정리한 책이다. 지난 7월 시민의 온라인 후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당시 시민 178명이 보낸 341만원의 후원금이 모여 목표 금액인 1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조현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쓴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 역시 젠더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주디스 버틀러, 게일 루빈, 애너매리 야고스 등 유명 이론가들의 젠더 이론을 해설한 책이다.

한양여대 도서관은 학생들이 도서 구입을 신청하면 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구입할 책을 선정한다. 운영위원회는 도서관장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각 학과 교수 9명으로 구성된다. 운영위원회 선정 과정에서 부결된 도서는 ‘구입취소’ 조치된다.

이 도서관은 ‘희망도서 신청’에 대해 “도서관에 이미 소장된 경우, 신청도서가 대학도서관에 적당하지 않은 경우, 품절이나 절판 등으로 도서를 구할 수 없는 경우, 기타 취소가 불가피한 경우의 이유로 입수가 지연되거나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한양여대 관계자는 “도서관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도서들의 선정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구매하기로 결정했는데 직원이 전산 처리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며 “도서관이 젠더 관련 책을 이미 많이 소장하고 있고 이 책들도 다음에 구매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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