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KT 민원 받고 ‘MB 정부의 SKT 특혜’ 청부감찰 의혹

2018.12.31 06:00

청 “직무 배제된 시점 작성”…전전 정부 감찰은 이례적

김씨·KT 임원 특수 관계, 여권선 ‘민원 가능성’ 제기도

골프접대 의혹 등으로 해임청구된 김태우 수사관이 이명박 정부 때 사건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 사실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9일 공개한 김씨의 첩보 보고 목록 중 ‘MB 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 측에 8000억원 특혜 제공’ 첩보 보고가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어난 사건들이 대상이었던 다른 첩보보고와 달리 전전 정부 때의 일을 겨냥하고 있다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한국당이 문건을 공개했을 때 “(작성 시점인) 2018년 8월28일은 김태우 직원이 직무에 배제돼서 한 달 동안의 근신기간 중에 본인이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된다”며 “특감반 데스크도, 특감반장도 이 보고서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가 왜 굳이 직무배제된 시점에 과거 정부 일을 감찰했을까 하는 궁금증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씨는 2011년 SKT와 KT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1.8㎓ 대역을 두고 경합을 벌인 사건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KT와 SK는 출혈경쟁을 벌였고, 최저가는 4455억원이었지만 최종 낙찰액은 9950억원으로 2배에 가깝게 뛰었다. 특혜가 낄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0일 “당시 야당인 우리도 특혜 시비를 제기하지 않았다. 왜 7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이 문제가 감찰 대상이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여권에선 김씨가 청부감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지난 5~7월 건설업자 최모씨 등으로부터 골프접대 5회를 받은 것 외에 KT의 임원(모 상무)으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여권에선 김씨와 해당 상무의 특수관계, SK와 KT의 경쟁관계 등을 고려할 때 김씨가 KT 측으로부터 민원을 받고 청부 감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감반원들은 평소 친분을 쌓아온 기업 등 민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듣고 부처 공무원 감찰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허위 정보에서 비롯됐을지라도 감찰을 하는 시늉만 해도 공무원 사회가 긴장하며, 그 여파는 결국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 등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상무는 통화에서 “내가 제보해서 김 수사관이 황금주파수 관련 첩보를 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 27일 김씨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그분(KT 상무)과 골프를 친 것은 맞지만 비위 행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며 “범죄가 될 만한 사실은 없기 때문에 민간인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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