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승태 구속영장 청구, 법원 공정한 판단 내리기를

2019.01.18 20:32 입력 2019.01.18 20:34 수정

검찰이 1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법부 수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으로부터 ‘재판거래’를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등 개별 범죄 혐의가 40여개에 이른다. 영장청구만으로도 사법부에는 불명예, 국민에게는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속영장실질심사는 다음주 법원에서 열린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개입하고, 특정 판사를 사찰해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가 하면 재판 배당에도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개입 의혹은 법관으로서 지켜야 할 양심, 정의감을 가졌는지조차 의심이 들게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서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의 변호사를 만나 재판 관련 정황을 귀띔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손해배상이 확정되면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해 판결에 개입한 증거도 나왔다. 가해자인 일본 전범기업 편에 서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짓밟는 믿기지 않는 월권을 자행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 의혹에도 대부분 연루돼 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그런 일은 결단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검찰에 출두하면서도 도의적인 책임만을 인정했다. 사법적 처리대상인 재판부당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가 끝난 뒤에는 조사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검찰에 나가서 진술내용 검토에 사용했다. 방어권 차원을 넘어서 책임회피에 급급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작금의 사법부는 만신창이 상태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 사법농단 사건은 사법부를 민주주의의 보루로 신뢰해온 국민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법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 전 대법원장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법원 역시 법리와 증거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법원의 공정성을 가리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