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2019.02.01 18:10 입력 2019.02.01 18:13 수정

2월 하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의 정세변화가 미묘하다. 먼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합의와 지난주 스웨덴의 북·미 실무협상이 원만히 진행된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하반기 북·미 고위급회담이 좌절되면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왔다. 이러한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연말연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친서 교환을 통해 북·미대화의 불씨가 살아났고 2차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것은 우리로서도 긍정 평가할 만하다. 미묘한 움직임의 발단은 최근 북·미 간의 협의 내용이 북한 핵·미사일의 동결과 제재완화 쪽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세상읽기]한반도 정세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부에서는 이른바 북·미 간 ‘비밀 거래’ ‘나쁜 거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러한 비관론은 협상의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 점이 크다. 북·미 간에는 이미 지난해 6월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합의를 한 바 있다. 물론 그 이후에 비핵화와 상응조치 간의 빅딜(big deal)이 이루어져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70년 넘게 상호 적대적이었던 북·미관계 때문이었다. 북한은 종전선언, 제재완화에 소극적인 미국의 입장에 대응하여 비핵화를 주저하고 미국 내에서는 그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밀착, 비핵화 프로세스에 개입하는 형국이다. 비핵화 협상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한·일관계의 악화도 동북아 정세변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야 할까? 빅딜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현재 국면에서 협상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체 로드맵과 그 이행의 첫 출발점으로써 상응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은 회담의 모멘텀을 위해 중요한 전략이 된다. 어차피 비핵화의 수순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다. 핵동결을 통해 상호 신뢰를 검증하고 핵폐기의 수순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설, 영변 핵시설 폐기 등과 같은 현재·미래 핵의 제거에 제재를 풀어준다는 것은 안된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면적 제재완화가 안된다는 것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제재의 큰 틀은 유지하되 오히려 남북경협과 같은 사안에 있어 부분적으로 제재를 완화한다면 북한의 추가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협상은 정치의 동학이다. 북·미 모두 정치적으로 이번 제2차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 앞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회담이 신뢰를 바탕으로 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핵동결과 일부 보상국면에 그치지 않고 핵폐기와 전면적 관계정상화로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통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외 변수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있기까지는 우리의 역할이 컸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특사 방북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냈고 교착국면을 타개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하는 차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탑승했다. 중국은 북·미 협상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암암리에 북한에 훈수를 둘 것이고 비핵화의 종착역인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는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적극 개입하게 될 것이다. 향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어떻게 참여하고 우리가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안타까운 점은 대외환경이 이렇게 변화하는데도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시끄럽다는 것이다. 이제는 없어질만도 한데 핵무장론이 다시 튀어나왔다. 우리가 똘똘 뭉쳐도 아쉬운 판에 국익을 정치에 이용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남북 간 경제교류가 회복되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져오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면 북한에 퍼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개방화에 도움이 되면서 비핵화 조치를 앞당기는 기제로 활용될 수 있다. 한반도 정세변화 속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레버리지를 강화해야 한다. 대중외교, 대러외교도 가다듬고 한·일관계도 점차 회복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갈수록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언론에서 그리고 국민들이 성원하고 지지해 주어야 버텨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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