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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엇박자…정부선 ‘확대’, 기업은 ‘축소’

2019.02.14 15:54 입력 2019.02.14 21:27 수정

기업, 안전대책비 등에 채산성 없다며 잇단 폐로 결정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40% 폐로 결정이나 검토

정부선 비중 20~22%로 끌어올리려 하지만 실현 ‘먼 길’

일본 원전 엇박자…정부선 ‘확대’, 기업은 ‘축소’

일본에서 안전대책비 등을 이유로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를 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22%로 끌어올리려 하지만 원전 재가동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규슈(九州)전력은 사가(佐賀)현에 있는 겐카이(玄海) 원전 2호기의 폐로를 최종 결정했다. 1981년 가동한 겐카이 원전 2호기는 출력 55만9000㎾로 2011년 1월 정기검사에 들어가 그해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정지된 상태였다. 2021년 3월이면 정부가 정한 가동기간 40년이 되기 때문에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을 통과할 경우 20년 연장이 가능하다.

규슈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도입된 새로운 규제기준에 따른 안전대책비가 9000억엔(약 9조1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규제기준에 맞춘 테러대책시설의 토지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폐로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전력회사에서도 안전대책비 증가 등에 따라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폐로를 결정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호쿠(東北)전력이 “비용 대비 경제성을 평가했다”면서 미야기(宮城)현 오나가와(女川) 원전 1호기의 폐로를 발표했다. 새로운 규제기준을 맞추기 위한 안전대책비용이 부담이 됐다. 실제 도쿄(東京)전력은 니가타(新潟)현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의 경우 당초 4700억엔으로 전망했던 안전대책비를 공사가 늘었다는 이유로 2016년 12월 6800억엔 정도로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현재까지 폐로가 결정됐거나 검토 중인 원전은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24기에 이른다.

전력회사가 재가동보다 폐로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점도 있다. 실제 규슈 지역에는 2018년 말 현재 830만㎾ 정도의 태양광발전이 송배전망에 연결돼 있어,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봄·가을이나 연휴에 출력을 제한하는 상황이 가끔씩 일어나고 있다.

원전 재가동이 당장에는 전력회사의 수익원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원전의 비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는 2018년 현재 원전 비용은 석탄화력의 1.5배이며,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발전의 약 3.5배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원전은 움직이거나 멈추면 이익 영향이 크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원전을 끼고 있으면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가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뒤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가동하겠다”며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현재 한 자릿수인 원전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2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선 원전 30기 정도의 재가동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전 54기의 원전 가운데 현재까지 재가동한 것은 9기에 불과하고, 전력회사의 폐로는 진행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의 목표 실현은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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