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돌

‘만주 정신대 학살’ 진실 드러나나

2019.02.27 21:48 입력 2019.02.27 23:13 수정

피해 할머니 증언 등 모아

일 정부 상대 소송했던 이들

“당시엔 국가 관심 부족해

더 늦기 전에 진상규명을”

“일본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며 판결도 아닌 결정문 한 장으로 묵살해 버리고 말았으니 통탄할 일이다.”(지익표 변호사)

“이국에서 학살당한 원혼들의 넋을 달래지 못하면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더 늦기 전에 만주는 물론 각지에서 자행된 위안부 학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박경철 대일역사왜곡시정촉구범국민회의 의장)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만주 정신대 여성 3000여명 학살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7년 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이 있었지만, 무관심 속에 수십년간 묻혀 있던 사건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문서기록관리청이 보관하고 있던 중국 윈난성 조선인 위안부들의 시신 영상이 공개되며 일제의 위안부 집단학살 증거가 드러난 바 있다.

‘만주 정신대 학살사건’은 1992년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고백한 김학배 할머니(당시 74세·김제 거주·4년 뒤 작고)에 의해 알려졌다. 김 할머니는 그해 5월29일 전주지방법원 내 전주변호사회 사무실에서 “해방이 되자 일본군이 정신대 여자들을 한방에 몰아넣은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죽였다. 그 수를 합치면 3000명은 될 것”이라고 증언했다.

만주 일본군 부대에서 김 마유미로 불렸다는 김 할머니는 “해방 무렵 퇴각을 시작한 일본군이 위안부 만행을 숨기기 위해 학살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지역신문들은 이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일제히 보도했으나 정부 차원의 후속 진상규명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할머니의 증언은 한국여성변호사회와 대일민간법률구조회 소속 변호사 8명이 참관한 일제 만행 사실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변호사들은 대일역사왜곡시정촉구범국민회의가 전북 지역에서 실시한 일제 정신대 및 징병, 징용 피해자 전수조사 결과 66명이 만행 피해자로 접수되자 이 가운데 생존자 27명에 대해 사실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친 여성변호사회와 민간법률구조회 변호사들은 1995년 전국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 369명의 원고인단을 꾸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으나 패소했다. 소송을 벌였던 지익표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참으로 엄청난 사건인데 당시 국가는 관심이 없었고 법조인들만 나서 일본 정부와 싸웠다”며 “예견된 패소였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윈난성 위안부 학살자료를 발굴해낸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조선인 위안부를 죽이기도 했다는 것을 미국 공문서와 영상, 사진 등을 통해 증명했는데도 일본은 부정하고 있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현재화된 과거사 혹은 현재진행형인 과거사로 보고 진실규명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기록을 모으고 진실규명을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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