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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 4, 다시’ 이윤정

2019.04.12 20:38 입력 2019.04.12 20:43 수정

1과 4, 2017 ⓒ 댄스 프로젝트 뽑끼

1과 4, 2017 ⓒ 댄스 프로젝트 뽑끼

무대 위에 선 네 사람은 움직인다. 서거나, 걷거나, 돌거나, 달린다. 안고, 눕고, 구르고, 기댄다. 그들의 동작은 서로의 움직임에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영향을 미친다. 하나가 셋에게, 둘이 둘에게, 셋이 하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서로의 동작을 모방하거나 외면하면서 힘의 구도를 드러낸다. 움직임이 지나고 난 자리의 공기는 여전히 흔들리고, 그 파장은 객석에 앉아 있는 몸들에게로 가닿는다. 몸 안에서 살고 있는 한, 그 사이로 얽혀드는 관계와 몸 밖의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렵다. 이윤정은 몸의 안팎을 흐르는 힘의 구조 안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면서 걸어가는 인생을 선택했다. 그의 몸은 균형을 찾는 찰나의 순간이 전하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다.

안무가 이윤정을 비롯한 예술가들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지원금 제도가 곤란했다. 그 선량한 취지는 창작지원금 없이는 창작의 동력 자체를 찾을 수 없는 예술가들을 낳기도 했다. 선택되지 못한 자들이 그의 예술세계 자체를 의심하다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 아니라 기금이 원하는 작업을 하는 예술가를 낳기도 했다.

2012년, 이윤정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독립예술가들의 단체 ‘댄스프로젝트뽑끼’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한 것은 ‘국가의 지원’ 없이도 원하는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였다. 예술가들은 서로의 재능을 품앗이하며 매년 작품을 발표한다. 네 명의 퍼포머가 한 시간 가까이 움직이면서, 몸과 몸들의 사이에서 힘이 이동하는 면면과 원리를 드러내는 작품 ‘1과 4’는 바로 그 ‘자립’의 길에서 태어난 작업이다. 1년 후 이들은 ‘1과 4, 다시’라는 제목으로 지난해의 작업을 다른 방향에서 실험해볼 수 있었다. 외부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계속 가기를 선택한 용기 있는 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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