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보경찰 보고 따라 ‘총선 한 달 전 TK행’ 정황

2019.06.14 21:06 입력 2019.06.14 21:54 수정

강신명 전 청장 등 공소장 입수

정무수석실 요청에 민심 동향 전해
보고서 내용과 행사 참석일 동일
김제동 등 소셜테이너 규제 제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4·13 총선을 한 달 앞둔 2016년 3월10일 정보경찰의 지역 민심 보고에 따라 대구·경북(TK)을 방문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이례적인 대구·경북 방문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 ‘비박’ 후보와 겨루는 ‘친박’ 후보에 힘을 실으려는 행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향신문이 14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통해 법무부에서 입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경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요청을 받아 지역 민심 보고에 4·13 총선 관련 동향을 담아 보고했다. 그해 3월2일 작성한 ‘주간 지역(대구·경북) 민심’ 보고서에는 “사드 배치설과 경북 선거구 축소 등 부담이 적지 않았으나 안보 이슈 부각으로 지역 내 보수층이 결집 양상인 데다, 대통령님의 배려 등이 알려지며 여전히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정보경찰은 보고서에서 “대구 지역에 총선을 앞두고 지역 현안, 발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다”며 “대통령님이 3월10일 ‘스포츠산업 발전 포럼(가칭)’ 행사에 참석할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적었다. “3월10일 대통령님의 도청 신청사 개청식 참석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조치 고려사항’에서 “(방문 현실화 때) 현장 행보, 언급 및 지속적인 지원 의사 등을 통해 우호 여론을 견인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실제 3월10일 대구·경북을 방문했다. 오전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보고회와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 참석했다. 경찰이 지역 관심이 고조된다며 적시한 스포츠 문화·산업 비전 보고대회와 경북도청 신청사 개청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박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유승민계 의원들을 물갈이하고 친박 후보들로 공천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때다.

정보경찰이 이외수·공지영 작가와 방송인 김제동·김미화씨를 좌파 성향의 소셜테이너(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로 분류하고 이들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 수립을 제안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강 전 청장은 경찰청 정보국장이던 2012년 10월 정보2과에 지시해 ‘소셜테이너 활동, 정부부담으로 작용 우려’라는 제목의 정책자료 작성을 지시하는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 전 청장을 구속 기소하고 이철성 전 경찰청장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현 전 수석은 경찰에 “20대 총선에서 경찰이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정보 수집을 요구하고, 총선을 앞두고 60~70명의 친박 후보 명단을 경찰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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