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년 전 대통령의 약속,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으로 지켜라

2019.07.08 20:53 입력 2019.07.09 10:12 수정
류현철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

매년 7월 첫 주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으로 관련 행사가 열린다. 특히 50회를 맞은 2017년 행사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행사 중 대통령이 그해 5월 거제와 남양주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열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위험의 외주화를 비판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기고]2년 전 대통령의 약속,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으로 지켜라

대통령은 당시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정부가 제도는 물론 관행까지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여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안전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파견이나 용역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안전이 확보되었는지 반드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하겠다고 했다.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산업안전 패러다임의 변화도, 관행의 혁신도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2017년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대상을 ‘일하는 사람’ 모두로 하겠다는 야심찬 의지를 보이며 법의 전부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잠잤고, 노동자들의 손상과 죽음은 이어졌다. 결국 2018년 겨울 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의 갈가리 찢긴 죽음에 이르러서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모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취지 역시 갈가리 찢긴 채로…. 좋다, 졸속한 법 개정은 지금껏 파행하고 있는 이전투구 국회의 탓이라고 치자.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당연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의 몫이다. 법이 제대로 갖추어 챙기지 못한 대통령의 약속을 그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수준에서 촘촘히 구성해 보완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원청의 책임강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도급승인 대상 위험작업과 위험업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확대하여 재하도급을 막아야 한다. 원청 책임대상의 범위를 협소화하는 적용제외 규정을 재검토하고 건설기계에 대한 책임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안전 대상이 되도록 하자면 에어컨 설치, 통신설치 수리 등 다양한 방문서비스 및 이동노동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급인의 지정·제공하는 장소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화물운송 노동자, 예술관련 노동자, 학원 어린이집 통학버스 운전자 등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 ‘모든’ 작업을 중지하겠다는 의지는 작업 중지 대상에 대한 폭넓고 적극적인 해석과 작업 중지 명령해제 시에 노동자들의 의견 반영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성해야 한다.

최소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두고 한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은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고용노동부령)의 개정과정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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