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주의, 표면만 ‘도금’된 것”

2019.08.12 16:47 입력 2019.08.12 21:23 수정

“식민·제국주의 본성을 덮어”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교수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 출간

12일 <책임에 대하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왼쪽)와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책임에 대하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왼쪽)와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국민 다수가 일제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사람들이면 몰라도 어느 정도 나이 든 사람들은 (일본군) ‘위안부’가 없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알면서도 부정하고 외면하려는 심성, 본성이 가장 큰 문제다.”(서경식 교수)

“국민이 의식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데 지금 무너지고 있다. 젊을수록 미국과 일본이 전쟁을 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역사 교육에 문제가 있다.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일본 미디어도 문제다. 또 알고 있더라도 문제를 직시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문제를 알더라도 그냥 넘겨버리는 심성이 일본 내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다카하시 데쓰야 교수)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68)와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63) 도쿄대 교수는 1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이니치인 서 교수와 후쿠시마 출신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 사회 우경화의 위험성, 역사왜곡 등을 다양한 저서로 비판해온 일본 내 대표적 지식인이다. 두 사람은 우경화하는 현대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를 최근 냈고, 국내 출간을 기념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한·일관계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다카하시 교수는 “지난 20년간 일본 안에서 우파·강경파가 강해져 일본 내에서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지금 최악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그 배경에는 정치가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있다. 수출규제 등 일본의 보복적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아베 신조 정권의 미디어 장악 또는 정권 눈치를 보는 미디어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은) 국가 간 조약이고, 개인의 배상청구권에 대한 포기가 아니다”라며 “일본(사법부)도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 시베리아 억류자들이 배상을 요구했을 때 이 같은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정권의 주요 인물들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정보나 견해를 전달하는데 미디어가 무비판적으로 방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사실 ‘도금(鍍金)’된 포장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포장이 식민주의·군국주의·제국주의라는 일본의 본성을 덮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민주화는 일본 스스로가 이룬 게 아니라 미국 등 연합군이 강요해 이뤄진 것으로 일본인의 성과가 아니다”라며 “도금된 것이 없어지면 각종 제도나 사고, 지배층 개개인에 자리 잡고 있던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재 흐름상 악화된 한·일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설픈 방식의 ‘화해’는 안 하느니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계 회복이라는 말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일본 국민이 한일협정의 문제점, 위안부를 비롯한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면서 “일본 국민 스스로가 과거를 청산하는 자세로 나올 때 ‘화해’를 넘어 새로운 단계로의 협정,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과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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