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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다” “몰랐다”…조국 ‘미완의 끝장회견’

2019.09.02 22:32 입력 2019.09.03 11:43 수정

‘기자간담회’ 자청한 조국

청문회 무산에 전격 자리 마련

야 “법적 근거 없는 일방 해명”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가 2일 국회 검증무대에 섰다. 청문회가 아닌 ‘국민 검증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 검증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견제해야 할 국회가 역할을 방기한 탓에 간담회 형식으로 치러진 것이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논란을 해명했지만 “모르겠다” “수사로 밝혀질 일”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간담회가 법무부 장관의 정책·자질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청문회를 무산시켜 불가피하게 마련된 장”이라고 했고 야당은 “법적 근거 없는 일방적인 해명의 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조국 대전’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3시30분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을 상대로 ‘무제한’ 질의응답을 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딸이 고교 시절 논문 제1저자에 등재된 논란에 대해선 “당시에는 그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했고, 교수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시엔 1저자, 2저자 판단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했던 것 같다”며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상하게 보이고, 저도 이상하게 보인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딸 문제로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에 대해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딸의 입시·장학금 특혜 의혹에 대해선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이나 집안 문제에 소홀한 아빠였던 것을 고백한다”면서도 “허위사실로 아이를 공격하는 일을 멈춰달라”고 적극 방어했다. ‘딸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등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는 울먹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현재 검찰 수사 중인 ‘가족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에 대해선 “구성·운용 과정 등에 대해 알 수 없었다”며 “사실 경제나 경영을 잘 몰라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이번에 공부했다”고 답했다.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모르겠다” “(관계기관에) 전화해서 확인해봐라”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증인 채택 문제의 이견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조 후보자가 오전 11시50분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연락해 전격 성사됐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권리와 의무가 있다”면서 국회 간담회를 지원했다. 국회 논의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열었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당 내에서조차 “적절하지 않다”는 불만이 나왔다. 간담회가 자료제출권도 없는 기자들에게 해명하는 식으로 진행돼 ‘반쪽 검증’ ‘셀프 청문회’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법적 기한 마지막 날인데 최소한 저의 이야기를 국민께 알릴 기회가 없어지겠다 생각해서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간담회와 동일한 방식으로 반론권을 줄 것을 각 방송사에 요청했다. 바른미래당도 “일방적·기습적 기자간담회는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폭거”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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