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총회에서도 사라진 한·일 정상 회동

2019.09.20 20:44 입력 2019.09.20 20:48 수정

오는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회동은 없을 것 같다. 청와대가 지난 19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외교 일정에 한·일 정상회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의 소극적 태도로 정상 회동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보류하기로 의향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일 외무성 당국자는 “정상회담을 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 등 151명의 정상급이 총출동하는 국제 외교무대에서조차 한·일 정상이 만나지 않는다니 유감스럽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방문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폴란드, 덴마크, 호주 정상과 차례로 만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도 접견한다. 이처럼 여러 나라의 정상과 단체장들을 만나면서 정작 이웃나라 일본 정상과 만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외교가 아니다. 정상들이 만나는 데는 그만한 안건이 있어야 하고 협상 조건도 맞아야 한다. 하지만 현안이 있을 때일수록 정상이 만나서 푸는 것이 정도이다. 또 당장 문제를 풀기 어렵다 하더라도 일단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2017년 한·미·일 정상은 G20 정상회의와 유엔총회에서 두 차례 회동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3국 공조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크게 변화하고 있어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양국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의 회담을 개최하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는데, 두 정상이 만나야 한다.

미국은 20일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등에 대한 비자를 발급, 유엔총회 참석을 허용했다. 여기에는 트럼프와 로하니의 담판을 성사시키려는 뜻도 있다. 이렇듯 적국끼리도 대화를 모색하는데 한·일 정상이 회동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엔총회가 끝날 때까지 두 정상의 회동이 성사되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역할도 기대한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열지 않고 있는 한·미·일 3국의 정상 회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일본은 당연히 중재에 응해야 한다. 먼저 한국을 공격한 처지에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회복 기간도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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