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원자 점수 조정해 전원 탈락시킨 서울메트로

2019.09.30 14:08 입력 2019.09.30 18:38 수정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연합뉴스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기 이전 서울 지하철 1~4호선 운영사였던 서울메트로가 2016년 철도장비 운전분야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하면서 여성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일괄 조정해 모두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은 30일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 친인척 등이 대거 편승했다는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시의 공익감사 요청에 따라 감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서울메트로는 2016년 7월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과 ‘전동차 검수 지원’ 분야에 무기계약직을 공개채용했다. 면접 대상자는 분야별로 각각 68명이었다. 서울메트로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해 각각 61명씩 합격처리한 후 최종적으로 각각 58명, 56명을 임용했다.

공개채용 면접은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 분야 면접위원장은 첫날 면접 실시 후 해당 분야 팀장으로부터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야간근무 때 여성용 숙소가 마련되지 않은 등 현장 여건도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면접들에게 이를 전달해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50점 미만으로 수정하도록 권고했다. 채용 계획 상 면접 점수가 50점이 안 되면 불합격 처리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면접위원장을 비롯한 면접위원들은 면접 첫째날 이미 입력한 점수를 둘째날 수정했다. 그 결과 당초 면접전형 결과대로라면 평균점수 87점으로 1위로 합격해야 했을 ㄱ씨를 비롯해 여성 응시자 4명이 최종 불합격했다. ㄱ씨는 철도기관사과를 수석으로 졸업하는 등 경력으로 당초 전체 응시자 68명 중 1위를 차지했지만 면접점수가 48점으로 조정되자 탈락할 수 밖에 없었다. 면접 점수가 50점 미만이면 별도로 사유를 써 내야 했다. 면접위원들은 ㄱ씨의 점수를 조정하면서 “조직과 업무에 적응이 어려워 보임” 등을 사유로 기재했다.

둘째날 진행된 ‘전동차 검수 지원’ 분야 면접에는 여성 2명이 지원했다. 이 분야 면접위원들도 면접이 끝난 후 면접위원장으로부터 여성 응시자 점수를 50점 미만으로 수정하라는 권고를 받고 그대로 따랐다. 그 결과 합격권에 들어 있던 여성 2명 모두 순위가 변경돼 불합격 처리됐다. 당초 합격점수를 부여했던 면접위원들은 점수를 정정하면서 “배려심 부족” “협동력 부족” 등을 사유로 기재했다.

결과적으로 두 분야에서 여성은 한 명도 채용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면접에 참여한 직원들이 여성 지원자 점수를 수정한 행위에 대해 “면접위원이 장기간 재직하며 쌓은 경험과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차이를 둔 것으로 면접위원 재량에 해당하고 직무를 남용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적극행정면책을 신청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객관적이고 정당한 기준 없이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 점수를 수정해 여성 응시자를 탈락시킨 면접위원의 행위는 차별”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미 부여한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수정해 불합격시킨 것은 공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적극적 업무처리로 보기도 어려우며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에 면접 결과를 수정한 내부 면접위원 2명을 정직 처분하라고 요구하고 서울교통공사에 사장에게 “임직원을 신규 채용할 때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주의를 내렸다. 또 이 채용차별과 관련해 검찰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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