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수상 이스마일 카다레 “학살자 옹호 작가에 노벨상 마땅찮아”

2019.10.23 16:23 입력 2019.10.23 22:07 수정

2019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19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알바니아의 독재정권 고발…‘죽은 군대의 장군’ 등 유명
풍자는 공산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북한에도 필요할 듯

“밀로셰비치가 저지른 인종학살은 어떤 경우에도 이해되거나 수용될 수 없다. 페터 한트케를 개인적으로 알고 동료 작가지만 그를 작가로서 옹호한다는 건 동유럽에 속하는 발칸반도 사람들에게 가져서는 안될 태도라고 생각한다. 올해 노벨문학상에 대한 비판에 동의한다.”

2019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83)가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페터 한트케를 선정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페터 한트케는 크로아티아인 학살, 보스니아인 학살 등을 저질러 ‘발칸의 도살자’로 불린 전 유고슬로비아 연방공화국의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옹호한 전력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논란이 일었다.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경리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카다레는 “작가의 작품세계와 정치적 상황을 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넘어서는 안되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다레는 알바니아 독재정권의 폭력을 고발하는 날카로운 소설로 세계적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신화와 전설, 민담 등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또 특유의 풍자와 유머로 우스꽝스러운 비극을 만들어냈다.

<죽은 군대의 장군> <돌의 연대기>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 등이 대표작이며 최근 <잘못된 만찬>이 국내에 출간됐다. 그의 작품은 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200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2016년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최고훈장을 받았으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세계적 작가다.

카다레는 조국 알바니아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독재적인 공산주의 국가였다. 알바니아에서 작가들은 정권에 반대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알바니아 헌법에는 정권에 반하는 표현을 할 수 없다는 항목이 있었다. 작가들이 악마적인 상황에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다. 카다레의 작품들은 알바니아 정부에 의해 출판이 금지됐다.

그는 1990년 프랑스에 정치 난민을 신청해 프랑스 국적자가 됐다. 그는 알바니아 공산정권이 무너진 후 대통령 후보로 추대됐지만 거절했다. 카다레는 “역설적이게도 독재자 엔베르 호자와 같은 동네 출신이었고, 그 골목 이름은 ‘미치광이 골목’이었다”고 말했다.

박경리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오적’ 등에서 독재정권을 비판하며 풍자를 활용했듯이 카다레 역시 풍자적 기법을 사용한다. 카다레는 “풍자는 나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정권의 작가들이 권력에 대항하는 표현 방법을 찾아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카다레는 북한 사회와 문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서방 유럽국가들이 알바니아를 바라보는 시선과 알바니아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닮아 있다”며 “북한 문학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북한에도 그들만의 문학이 필요하다. 그들이 낙원, 천국이란 개념을 자주 사용하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이 낙원과 천국의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문학이 인간의 고귀함의 근원이다. 문학은 늘 인간성을 향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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