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마우스’, 우파 유튜버 저격에 발 벗고 나선 까닭은

2019.12.15 09:09 입력 2019.12.15 09:25 수정

[인터뷰] 가짜뉴스 저격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만드는 임경빈·하헌기씨

첫 만남은 지난 9월 말이었다. 평일 저녁, 국회의원회관 옆 벤치에서 ‘접선’(?)했다. 한참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이었다. 우파 유튜버들의 총공격을 받고 있었다. 헬마우스 스피커 임경빈 작가(38)는 당시 “지난 2주간 몸무게가 4㎏가량 줄었다”고 했다. 편집을 담당하는 하헌기 CP(콘텐츠 프로바이더·31)는 1주일에 사흘은 밤을 새웠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오픈한 지 2주밖에 안 된 마당에 언론 인터뷰를 하면 홍보에만 치중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실명을 노출한 정식인터뷰는 아니었다. 양해를 얻어 ‘헬마우스는 JTBC의 비밀프로젝트’, ‘우파 유튜버를 탄압하기 위한 민주당 기획’ 등 당시 우파 유튜버들이 공공연하게 퍼뜨리던 ‘가짜뉴스’에 대해서만 다뤘다.

“당신이 가짜뉴스를 누릴 표현의 자유, 인정한다. 그러면 그것을 모욕할 표현의 자유도 있다. 한번 고소해보라. 우리끼리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가짜뉴스 생산자로부터 고소를 받아 고소장 콜렉터가 되고 싶다”, “가짜뉴스 원점 타격이 목표”라고 밝힌 임 작가의 말이다. 패기가 느껴졌다.

가짜뉴스 저격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의 운영자 임경빈 작가(왼쪽). 하헌기 CP. 김정근 기자

가짜뉴스 저격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의 운영자 임경빈 작가(왼쪽). 하헌기 CP. 김정근 기자

“가짜뉴스 원점 타격이 목표“

두 달이 지났다. 12월 11일, 합정역 인근 커피숍에서 다시 만났다. 왜 ‘헬마우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는지부터 다시 들었다.

“10대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연예인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정치·시사 영역에서 잘 나가는 유튜버는 우리가 검토할 당시에는 ‘윾튜브’밖에 없었어요. (윾튜브는 대표적인 우파 유튜버다.) 유튜브를 해서 돈도 벌고 차도 사고, 비싼 아파트에 살면서 생활 자랑하는 것으로 다시 콘텐츠 만들고…. 한마디로 그 자리에 ‘리버럴(진보)’이 없다는 겁니다.”(하헌기 CP)
하 CP는 옆자리에 앉은 임경빈 작가를 이렇게 ‘디스’했다. “우리 세대 어떤 사람들은 만날 86 선배들 욕하고 그런 식인데, 사실은 방송작가이자 사업가인 임 작가는 기성세대라고 봅니다. 청년인 척하면서 386을 닮아가는 거예요. ‘어쨌든 경쟁해서 잘나가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이 내면화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름 ‘잘나가는 사람’도 가치를 위해서 자기를 포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꼬드겼는데 넘어온 겁니다.”

“돈보다 그 말에 흔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이어진 임 작가의 말이다. “이 친구가 윾튜브 영상을 보여줬는데, 소위 기성세대로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치졸한 내면을 드러낸 것인데, 젊은 또래 세대에서는 ‘이런 게 쿨한 거야’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거 말이에요. 이런 위악이 더 솔직하고 86 아저씨처럼 ‘호박씨’ 까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노골적으로 고인 모독을 하는 것이 더 쿨하다는 그런 사람을 어린 친구들이 롤모델로 삼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 CP는 자신의 세대를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PC통신까지 이어지는 ‘게시판 세대’로 규정했다. “블로그를 할 때만 하더라도 안 그랬어요. 트랙백으로 불러와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박하는 문화였습니다. 소셜미디어(SNS) 시대로 넘어가면서 자기 타임라인의 시대가 되었고요. 남들이 보는 앞에서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긁어와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보여주는….” 그가 보기에 유튜브에서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되었다. “자기 채널 안에서 자기 구독자 앞에서 마타도어와 프로파간다를 뿌리는 거죠.” 하 CP는 “가짜뉴스는 엄격하게 말하자면 마타도어와 프로파간다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지난 9월 7일 개설된 헬마우스의 현재 구독자수는 8만3700명이다. 누적 조회수는 400만3300여 회. 첫 인터뷰에서 “개설 석 달 안에 10만 구독자수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달성 가능한 목표일까. 유튜브 측 내부 데이터를 보여주며 하 CP는 이렇게 답했다. “‘그 정도면 준수하다’고 저희끼리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새로 영상을 등록하면 구독 중인 사람이 영상을 보는 비율이 63%입니다. 쉽게 말해 고이고 있다는 것이죠. 좋게 보면 충성도가 높은 것인데, 채널의 영향력 확산은 더뎌지고 있습니다.”
‘저격’을 주 콘텐츠로 하다 보니 새로 등록하는 영상 대부분이 광고가 달리지 않는, 이른바 ‘노란 딱지’가 붙고 있는 것도 숙제다. “채널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일정한 구독료를 내는 멤버십을 오픈했는데, 1600명이 가입했습니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1인 미디어 제작자) 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채널에서도 보기 드문 수치라고 합니다. 현재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방송 공개 하루 전 공개 및 칼럼 제공 등의 서비스를 하는데, 이번 주말부터 시작하는 라이브를 비롯해 채널의 다각화를 위해 더 노력할 예정입니다.”

윤서인으로부터 시작해서 최종보스급으로 ‘신의한수’를 상정해놓은 것은 일종의 스토리텔링화 전략이었다. 임 작가의 말이다. “끝판대장쯤으로 우파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를 설정했지만, 실제 타격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신의한수의 주 구독층은 어르신들이에요. 저희 시청층에겐 신의한수는 까봐야 별 감흥이 없는 대상일 것입니다. 2030세대에겐 주구장창 ‘문재인 독재 타도’만 외치는 어르신들의 주장이 별로 호소력을 갖지 않습니다. 진짜 공론장을 망치는 것은 소위 논평형 유튜버들입니다. 어느 당을 지지해도 정치사상의 자유는 있습니다. 5·18이나 제주 4·3과 같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역사적 합의가 끝난 사건을 들고 와서 북한군 개입이니 공산폭동이니 하는 거짓말로 선동하는 것은 안 된다고 봤어요.”

“지지 정당 자유 OK, 거짓선동은 안 돼”

매회 프로그램 기획-제작은 이런 식이다. CP를 맡고 있는 하헌기씨가 정치적 아젠다를 굵게 던지면, 그것을 ‘요리’하는 것은 ‘한가’(36·아직은 실명을 밝히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멤버십 프로그램의 ‘한가-한 소리’ 칼럼 집필을 담당하고 있다)다. 채널에서 얼굴을 드러내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임경빈 작가다. (세 사람 이외에도 ‘국 PD’, ‘백 PD’, ‘양 교수’ 등 전체 5~6명이 단톡방을 만들어 헬마우스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론칭까지 3개월간 스터디를 하면서 꼼꼼히 준비했다.
“시작할 때는 내년 총선까지를 목표로 했어요. 사실 진보가 유튜브 국면으로 넘어오면서 뉴미디어에서 밀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기울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마타도어 때문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하헌기) “총선까지만 하고 그만한다고? 구독 8만 받고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 하면 곤란하잖아.”(임경빈)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1980년대생이라는 것이다. 임 작가는 자신의 세대를 ‘일·실무를 많이 하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곧 책도 낼 예정이다. 가제는 <80동맹>이다. “88만원 세대니 86세대니 하다가 ‘90년생이 온다’고 합니다. ‘우리 목소리는 어디 있느냐, 물어보기는 하느냐’는 불만이 나와요. 회사에서는 부장, 신입에게 까이는 ‘낀세대’죠. 세대 주장만은 아닙니다. 조국 국면 때 나온 20 대 80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기도 해요. 1% 대 99%의 사회가 아니라 전선은 20% 대 80% 사이에 그어져 있다는….”

헬마우스팀을 구성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실명은 책 발간과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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