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13억인데 세금 낼 땐 9억짜리…공시가 현실화 언제 하나

2020.07.03 21:13 입력 2020.07.03 22:21 수정

공시가 20~30% 오르면 다주택 보유세 50~110% 올라 ‘징수 효과’

법인 빌딩 공시가, 시세 40%·최고세율 0.7% 그쳐…“특혜 없애야”

연내 로드맵 확정한다던 국토부, 일부 반발 의식해 대책 ‘감감’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밀집해있다. 이날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데다 서민 실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에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밀집해있다. 이날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데다 서민 실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 추가 부동산대책을 지시한 뒤 국토교통부가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율을 단순히 몇 퍼센트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시세보다 30% 이상 낮게 책정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특혜 수준으로 낮은 법인 보유 상가, 빌딩 등에 대한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결정고시를 마친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0%다. 예컨대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가 있다면 실제 공시가격은 6억9000만원으로 결정됐다는 의미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2018~2019년간 68.1%로 제자리걸음을 하다 올해 들어서야 0.9%포인트 인상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가격대별로 차이가 있어 15억~30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 올해 현실화율이 74.6%다.

시세와 공시가격 간 괴리는 과세 형평을 해치고 부동산시장 교란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종부세만 해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 보유 시 종부세가 부과되는데, 올해 현실화율을 적용할 경우 시세가 12억9000만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까지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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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이 시세에 근접할수록 보유세 징수 효과는 커진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0~30%가량 상승할 경우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50~110% 이상 오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과세대상이 아니던 주택이 과세범위에 들어오게 되는 효과도 있다. 통상 종부세율이 높아야 0.3~0.5% 수준에서 인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공시가격 현실화는 보유세 부담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수단으로 꼽힌다.

정부도 현실화율이 낮다는 인식 아래 단계적으로 현실화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020년 중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한 로드맵을 확정해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반기에 들어선 현시점에서도 로드맵 확정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 선정기준액으로 쓰이는 등 여러 복지제도와 연관성이 깊고, 사실상 전 국민이 공시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는 만큼 현실화율을 높이는 데 따르는 반발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폭이 예년에 비해 높았던 올해의 경우 “공시가를 낮춰달라”는 집단민원이 2만5327건으로 지난해보다 64.0%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과세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하려면 정부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공시가격을 보면 현실화율도 너무 낮고, 주택 시세별로 현실화율도 다 다른데 이래서는 명확한 과세원칙을 세울 수 없다”며 “부담이 따르더라도 일단 일관된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시세와 근접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 소유 주택만 공시가격을 올릴 게 아니라 대기업 등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현재 개인 대상 종부세 최고세율이 3.2%인 데 반해 법인이 보유한 상가·빌딩 등은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40%에 불과하고 최고세율도 0.7%에 그치고 있다”며 “개인과 비교할 때 반의반에도 못 미치는 법인의 종부세율 강화와 불공정한 공시지가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보유세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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