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권리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 여성계 거세게 반발

2020.10.07 17:15 입력 2020.10.07 21:22 수정

“위선의 시대로 회귀를 선택”

민변, 개정안 즉시 철회 촉구

여성단체 “단체행동도 불사”

정부가 7일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여성계와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계와 시민사회는 이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23개 여성·인권·의료·노동단체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해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며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 삭제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성명을 통해 “(정부가)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을 임신 주수에 따라 형사처벌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이해하고, 위선의 시대로의 회귀를 선택한 것”이라며 개정안의 즉시 철회를 촉구했다.

여성학자 허민숙씨도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여성이 가질 수 있다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여성을 삶의 주체로 보지 않고, 국가나 대의를 위해서라면 (여성의) 희생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시선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죄 폐지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A씨(31)는 “무언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한 나 자신이 바보 같다”며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들은 또다시 생명을 걸고 불법시술을 받아야 한다. 여성의 권리는 언제까지 짓밟혀야 하느냐”고 말했다.

온라인서도 정부 개정안을 비판하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게재된 국회 국민동의청원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에는 이틀 동안 3만1000여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임신중단 시 주수 제한 폐지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3만여명이 동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낙태죄완전폐지’ ‘#여성의_몸은_여성의_것이다’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만건 올라왔다.

여성단체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등을 포함한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 단체의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향후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다음주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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