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에도…설비 투자 고심하는 삼성전자

2021.02.15 21:37 입력 2021.02.15 21: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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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 물량 확보 위해 ‘러브콜’

세계 주요국 정부들이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응해 반도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 최첨단 공정이 가능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대한 러브콜이 거세다. 하지만 파운드리 분야의 압도적 1위인 TSMC가 미국과 일본에 별로 어렵지 않게 시설 투자를 결정한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하는 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의 사업성과 다른 사업부 투자와의 조정, 미·중 사이에 낀 국제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몇주 안에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자국에 세워질 반도체 공장을 지원키로 한다면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 증설을 결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도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1일 유럽연합이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500억달러(약 67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가능한 삼성전자와 TSMC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TSMC, 파운드리에 역량 집중
중국과도 날 세우며 “미·일 투자”

삼성, M&A·중국과 관계 등 고려
미 공장 증설 확정 못하고 ‘고민’

TSMC는 올해 생산 증설에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미국과 일본에 잇따라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12조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기 시작했으며 일본에 200억엔(약 2100억원) 규모로 반도체를 포장(패키지)하는 후공정 관련 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TSMC가 주저 없이 미국과 일본에 투자를 결정한 데에는 파운드리에만 역량을 집중해 시장점유율 56%를 차지하고 있고, 애플을 비롯해 대형 고객이 미국에 몰려 있어 협상이 용이하고, 대만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미·중 갈등에서 미·일 쪽으로 스탠스를 취하기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상황이 보다 복잡하다. 기술력에서 앞선 TSMC가 미국 공장을 먼저 지은 만큼 오스틴 공장 증설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에도 파운드리 라인을 짓고 있어, 자칫 미국 수주가 적으면 과잉 투자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인텔이 반도체 일부를 위탁하겠다고 밝혔고, 퀄컴과 AMD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어진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 감면을 요구하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종합전자 기업이어서 파운드리에만 투자를 집중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본다. 메모리 반도체 선두를 유지해야 하고, 자동차 전자장비,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3년 내 대형 인수·합병(M&A)을 예고한 만큼 여기에 투입될 자금 규모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등에서 중국과 밀접한 사업 관계를 맺고 있어 향후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미국 투자가 중국의 견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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