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율곡비리’ 정가 강타

2000.11.28 18:59

대만판 율곡 비리와 관련된 ‘라파예트 리스트’가 대만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측근인 셰충민(謝聰敏) 총통부 고문이 “대만 인사 수십명이 프랑스 라파예트급 프리깃함 도입 과정에서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중국시보(中國時報)가 28일 보도했다.

셰고문은 “프랑스에서 라파예트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롤랑 뒤마 전 프랑스 외무장관을 만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프랑스 정부가 이 리스트를 극비 보관중”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롤랑 전 장관은 “대만 외에 중국과 미국 인사들도 함정 도입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여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그의 발언은 대만이 무기를 도입하려면 이해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의 사전 양해가 필요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셰고문은 “리스트 확보가 현재 700여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 대만 최대의 군부 비리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대만 인사가 받은 뇌물 액수는 2백억 대만달러(약 7천5백억원)인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당 중앙당 사무국에 상당한 금액이 입금된 것으로 일부 언론이 전하고 있어 한층 정가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대만 정부는 셰고문의 발표에 뒤이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명단 공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라파예트 스캔들은 대만 해군이 1992년 프랑스 톰슨 CSF사가 만든 라파예트급 미사일 프리깃함(3,000t급) 6척을 28억달러(약 3조8백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군 고위 인사 등이 뒷돈을 챙긴 사건.

당시 도입 실무 책임자로 비리를 폭로할 계획을 세웠던 해군 조달본부 소속 인칭펑(尹淸楓) 대교(대령)가 93년 12월 대만 동해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스캔들이 표면화되었으나 군 인사 13명과 무기 중개상 15명 등 모두 28명이 구속되는 선에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천총통이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공직사회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명령,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재수사가 시작된 이후 일단 퇴역 장성 2명 등 5명이 추가로 구속된데 이어 예창퉁(葉昌桐) 전 해군사령관 등 전직 고위 인사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또 인대교 살해 혐의로 전직 장교 2명이 수배되는 등 수사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편 스캔들의 불똥이 프랑스로 튀면서 헌법위원장으로 있던 롤랑 뒤마 전 장관은 현직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홍인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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