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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인터뷰]여성부 한명숙장관

2002.01.22 19:41

-“보육문제 국가가 챙겨야”-

한명숙 초대 여성부 장관이 29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동이 심한 장관직이라 1년을 버틴 것만도 경이롭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여성부 출범 당시 “하루 빨리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되어 여성부가 없어지길 바란다”는 대통령의 당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보육에서 취업, 정계 진출까지 여성부가 여성들을 지원해야 할 일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1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바쁜 한명숙 여성부 장관을 만났다.

-지난해는 모성보호법 개정 등 성과가 많아 여성사 원년으로 기록된다. 여성부 1년을 평가한다면.

“102명의 여성부 직원들과 모든 여성단체들이 지난 1년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숲을 헤치며 없는 길을 만들어 왔다. 솔직히 남성의원들이나 재계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무사히 통과될지 염려스러웠던 모성보호법 개정안, 그리고 폐교 위기의 국군간호사관학교 존속 결정이 났을 때는 너무 감격스러웠다. 무엇보다 많은 여성들이 ‘이제 의논할 상대와 기댈 언덕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

-주력했던 모성보호법의 경우 육아휴직의 수혜자는 극히 드물다.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들이 고작 43명밖에 안되는데 개선방안은 있는가.

“모성보호법의 경우 아직 홍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수혜자만이 아니라 직장, 사업주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물론 맞벌이 여성에게 월 20만원의 육아휴직비는 너무 적어 월급 없이 편안하게 휴직하고 아이 키우기는 힘들다고 본다. 액수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또 여성만 아니라 남성들의 육아휴직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생각이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도 일정기간 온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여성부는 보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공보육체제로 전환하는 국가보육계획 대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육업무는 보건복지부 담당이고 보육비 지원에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데 가능한가.

“지금까지 보육에 관해서는 국가가 방치해온 셈이다. 기존의 민간시설을 활용하고 여성·종교 등 시민단체가 참여하도록 정부가 보육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성부는 집행기관이 아닌 기획조정기관이다. 여성부에서 제대로 된 보육안과 제도를 마련,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여성부는 집행기능이 없어 한계가 있다. 또 각 정부부처와 연관된 문제들이 많은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국무회의에 가면 제일 바쁜 장관이 나다. 다른 장관과 만나 상의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여성발전기본법이 통과돼 여성정책조정회의가 만들어지면 여성관련 업무를 갖고 있는 각부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각개격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여성과는 무관할 것 같은 국방부, 경찰청 등에서도 여성인력 증가방안을 만드는 등 관심이 높아져 기쁘다”

-여성단체 행사는 물론 산부인과 병동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의 여성현장을 다녔다. 여성문제나 여성들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여성들의 의식은 정말 놀랄 만큼 급변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비롯, 각 대학의 학생회장도 여성들이 차지할 정도이고 여성장군, 여성총경 등 사회 각 부문의 여성 진출이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의 의식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여전히 ‘여자와 접시는 돌리면 깨진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여성부가 남성들의 의식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물론 ‘딸사랑 아버지회’ ‘보육을 생각하는 아버지모임’ 등 남성모임들이 자생적으로 많이 생긴 것은 고무적이다”

-일부에서는 장관부터 진보적 여성단체장을 지냈고 또 여성부 업무가 직장 성희롱, 육아휴직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일부 ‘잘난 여성’들을 위한 기관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보통 아줌마들이 느끼는 소외감도 크다.

“여성부 탄생 배경이 ‘여성인력을 개발해 사회에 진출시키는 것’이어서 일하는 여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주부들의 희망사항 1순위도 ‘일자리를 찾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문성이 없고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전국에서 운영해 다양한 취업훈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자원봉사를 적극 지원한다. 올해는 특히 월드컵이 치러지므로 자원봉사 주부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경기가 열리는 10개 지역 주부들에게 이미 교육을 시켰으며 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상해보험도 들어주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민박을 운영하는 주부들의 모임인 ‘아가기’연대에도 후원을 했다. 주부들이 가사노동 가치를 사회가치로 전환, 보험료나 손해배상 청구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의뢰해 작업중이다. 또 직접 주관은 하지 않지만 주부마라톤대회, 주부연극제 등 주부들과 연관된 행사와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여성부의 사업은 무엇인가.

“정보화 사회에 맞는 여성인력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성정보를 담은 인터넷사이트를 개설했으며 1,080명에게 사이버교육을 시켜 100%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학생은 물론 새롭게 제2인생에 도전하는 주부들을 위해 다양한 직업정보와 취업기회를 주는 신직업박람회도 열 예정이다. 또 서울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서울시 여성플라자에 ‘여성사 전시관’을 개관, 여성 인물과 삶을 보여주는 사료관 등을 통해 여성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려 한다. 여성문제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뿌리깊고 오래된 문제여서 당장 해결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난 1년간 질적인 비약이 있어서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서 뿌듯하다”

<대담·정리=유인경 생활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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