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 대담 전문②

2004.10.06 18:35

-개인 자격으로 김위원장을 만날 의향은 없으신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처지와 분수를 알고 처신해야 하는데, 같은 대통령이라도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의 차이는 굉장한 것입니다. 나는 일단 은퇴한 사람이고 모든 것은 나라일을 맡은 분들이 중심이 돼서 해야하는데, 그렇더라도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일은 해야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난번에 파리에 갔을때도 정부 입장을 지원했고, 여기서도 여러가지 연설할 때 그런 일을 많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북한에 가는건 아직 때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가더라도 어디까지나 나는 지원하는, 눈에 안띄게 조용히 하는 입장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중요한 것이 한미관계입니다.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북관계도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의 자세나 노력은 어떤게 있습니까.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전쟁 억지를 위해 있는 겁니다. 미군은 동북아 전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동북아 평화도 우리가 바라는 것입니다. 북한도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든 것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고 했고요. 실제 북한은 지금 전쟁할 능력도, 전쟁할 의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금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즉 (미국이) 자신들의 정권을 전복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있습니다. 일구월심 북한이 바라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보장을 받는 것이고, 그런 일을 우리가 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내가 김정일위원장을 만났을 때 대놓고 얘기를 했습니다. ‘당신네가 필요한게 두가지다, 하나는 당신네 안전 보장이고 하나는 경제 해결이다. 근데 그걸 해줄 나라는 세계에서 미국 밖에 없다. 그러니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라. 국가 이익을 위해선 좋고 싫은 문제가 아니라 뭐가 필요한 것인가가 문제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서울에 돌아가서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전화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서 클린턴 전대통령에게 전화했어요. 클린턴이 아주 좋아하면서 북한과 자기들이 직접 연락해 조명록 차수가 미국에서 클린턴을 만났고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북한 가서 김정일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당초엔 클린턴이 북한에 가서 만나려고 했는데 이 양반이 중동평화회담 하려고 이스라엘과 아라파트를 미국에 불러놓고 회담에 시간을 끌다 북한에 못갔어요. 그래서 클린턴이 김정일위원장한테 편지를 했습니다. “내가 이런 사정으로 북한을 못가니까 당신이 미국을 와달라”고. 그런데 김정일이 거절했지요. 난 북한이 그걸 거절한건 참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미국에 갔으면 합의가 됐고, 자기에게도 큰 이득이 될 기회인데. 그런 내용을 클린턴이 나한테 편지해서 설명해줬습니다. 앞으로도 북미간 해결이 잘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대화가 3개월 이상 교착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어떤 묘책이 없을까요.

“결국 대화로 해결될걸로 봅니다. 그런데 북한이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허나 지금도 개성공단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도 잘되게 해야죠. 조금 냉각기를 두고 봐야합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잘 되겠지만, 변수는 북한이 인권법 통과되고 해서 부정적 작용이 일어난게 아닌가요”

-주한민국 감축문제가 논의되고 있는데요. 주한미군 감축 시대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전략이 바뀐 시대 아닙니까. 육군을 감군하고 해공군을 증강한다는 미국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세울 때부터 우리와 합의해야되요. 그래야 우리도 뭐가 돌아가는지를 알고 대비책을 세울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일방적으로 해놓고 ‘이러니까 그렇게 하라’는 식으로 하고, 또 협의라는 것도 사실상 통과의례로 한다면 그건 수평적 동맹관계가 아니고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죠. 또 하나는 6·25 때 미군이 많이 희생한건 우리가 다 아는 일이고, 그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한국에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고 한국에서 반미가 조금만 생겨도 배은망덕이라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실도 있어요.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한반도 분단이에요. 그건 누가했습니까. 미국과 소련이 했어요. 그 사람들이 둘로 안 갈라놨으면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문제가 있어요. 1949년 미군이 철수할 때 북한과 소련에 대해 ‘만일 그쪽이 군사적 침략을 한다면 다시 오겠다’고 얘기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KGB 비밀 문서가 해제돼 책으로 나온걸 보면 스탈린은 김일성이 남침하려는걸 굉장히 말렸어요. 잘못하면 미군이 다시 온다고. 그러니까 한 1년 가까이 지나 김일성이 모스크바에 가 스탈린에게 절대 미군이 안돈다고 직접 설득했죠. 왜냐하면 미국이 그때 한국은 미국 방위선 밖이라며 애치슨 라인을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떻게보면 북한 보고 ‘먹으려면 먹으라’는 식의 결과를 가져온겁니다. 우리로선, 미국이 악의로 했다고 생각은 않지만, 원망스러운거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미군이, ‘우리가 이렇게 군사를 축소하면 북한도 거기에 상응하는 태도를 취하라’는 요구를 한다던지, ‘군사 감축을 보고 오판한다면 절대 용납 않겠다던가 그런 오금을 밖는 얘기를 해야하는데. 사전에 충분한 협의도 안한것 같고, 북한에 대한 경고도 없이 그냥 옮겨간다는 것은, 북한이 오판하리라 보진 않지만, 국민이 볼때는 불안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념대결이 끝났지만 우리사회 내부에서 예민한 문제가 도출될 때마다 분열하거나 이념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아직도 공산주의의 위협이 우리사회에 상존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부시 대통령과 2002년 2월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근데 정상회담 앞두고 한달 전인 1월에 부시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선포했습니다. 난 그 분이 오면 강경책을 할 것으로 보고 어떻게 설득할까 보름간 잠을 잘 못자면서 여러가지 궁리를 했지요. 부시와 45분간 단독회담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 잘 맞아 다시 45분을 했습니다. 장관 회의를 취소하고 했어요. 그 때 부시한테 말했습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했는데 한국사람 치고 공산주의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전 사회가 감옥같은 나라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우린 같은 민족이다. 우리는 통일할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화해야한다. 또 2백만이 넘는 군대가 대치하는데 전쟁을 막기 위해선 대화해야지 어찌하냐. 내가 당신한테 얘기하는데, 대화라는건 맞는 사람끼리만 하는게 아니다. 서로 안맞는 사람, 심지어 증오하고 싫어하는 사람과도 대화한다. 당신들이 존경하는 레이건대통령이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소련하고 대화했다. 소련이 망했는데, 그 경위를 보면 미국이 추진하던 냉전갖고는 못이겼다. 미국이 그걸 완화하고 소련과 안보협력 조약을 만들어 경제적, 문화적 개방을 유도하고 동유럽 국경도 보장하고 이렇게 해서 화해 협력의 길로 갈때 공산당은 초고속으로 망하게 됐다. 중국 모택동이 그렇게 반미를 철저히 했지만 닉슨이 중국에 찾아갔다. 국교도 없는 나라에 세계적인 나라가 찾아간거다. 중국에 대해 안전 보장하고 유엔 가입, 국교정상화 약속해 중국이 변하기 시작했고 등소평이 등장, 개혁개방해 지금 중국에 사람들이 여행은 물론 수백억, 수천억원씩 투자하지 않냐. 당신네가 쿠바를 50년간 봉쇄했는데, 바로 눈앞에 있는 조그마한 섬 하나를 50년 봉쇄하고도 못이기고 있다. 공산주의는 철저히 봉쇄하면 봉쇄된 속에서 국민을 옴짝달싹 못하게 조아대고 억압하면서 자기들이 그렇게 고통받는건 전부 미 제국주의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기들이 못사는 책임은 정부에 있는게 아니라 미국에 있다는 식으로 설득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정부 소리를 50년씩 들으면 완전히 세뇌되 무슨 소릴 해도 믿는다. 이런걸 볼때, 분명한건 공산주의 같은 독재체제는 봉쇄하면 더 강해지고 풀어주도록 유도하면 약해진다. 그런걸 알아야 합니다”

-북한은 한 손에는 핵 개발을, 한 손에는 경제를 쥐고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는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내가 볼 때 핵은 수단이고 목적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입니다. 미국 핵 앞에서 북한의 핵은 장난감도 아닙니다. 북한이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결국 북한의 목적은 사는거에요. 살기 위해서, 나 죽이면 너 죽고 나 죽는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지요. 또 핵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핵탄두를 만들더라도 미사일에 장착해 쏘는데에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고, 그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속이고는 못한다. 내가 김정일을 만났을 때도 얘기했습니다. ‘당신들이 핵이라든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안된다. 미국 감정을 조장하고 남한도 절대 지지할수 없다’고 했어요. 그때 미사일 문제가 중요했는데 그래서 대포동 미사일 문제를 미국하고 대화를 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미사일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된겁니다. 그렇게 하다가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되서 진전이 안되고 하는데. 북한은 핵을 만들어봤자 미국 핵 앞에선 맥을 쓰지 못할 뿐 아니라, 핵 갖고는 북한이 필요로하는 주민을 먹여살리는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어떡하든지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게 북한의 철두철미한 정책이고 소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대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해요. 북한처럼 전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백성을 먹여살릴 수도 없고 전기가 없어 암흑세계인 나라, 철도는 거북이 기어가듯 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세계는 날로 정보화되고 첨단기술이 발전하는데 얼마나 좌절하겠습니까. 거기에 세계 최고의 강국인 미국이 으르렁거린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두려운거에요. 당연한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갖고 정책을 하는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핵은 없어져야 한다고 단언하는데, 그런 우선순위를 얘기하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지정학적으로 보면 동북아 중심국가가 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데 정부나 민간에서 어떤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앞으로 우리가 발전하려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물류의 거점이 돼야합니다. 물류가 일어나면 생산이 일어나고 금융, 보험, 관광 등 무든게 해결됩니다. 문자 그대로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이 되고, 국부는 굉장히 증대되는 세계적인 부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840년에 중국의 세계 GDP가 27%, 인도 14%. 그때 영국은 산업혁명 직후라 제대로 발전이 안돼 겨우 5%, 미국은 1.5% 였습니다. 그 후로 순식간에 영국, 미국이 앞으로 나가고 중국은 청나라 말기에 비참한 상태로 떨어졌습니다. 핀란드, 아일랜드 등 엊그게까지 빈국이던 나라들이 정보화를 추진해 급격히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우리에게 일본, 중국은 큰 시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경쟁자이기도 한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다른 나라가 침범하기 어려운 두 가지 발전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문화분야에서 우리 한국인이 가진 탁월한 창의력입니다. 영화를 봐도 알 수 있고, 중국에선 하루 저녁에 한국 드라마를 1억명이 봅니다. 이집트에선 겨울연가를 집중적으로 시청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문화분야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이 큰 시장을 갖고 있고 조선이나 자동차 못지 않게 큰 시장에서 성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문화적 소비에 있어서도 재창조력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 해동불교를 만들었고, 유교를 받아 조선유교로 계승했습니다. 민주주의를 피를 흘리며 전승했기 때문에 문화적 창의력이 아주 강하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감옥에 갔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선언했습니까. 그런 나라이므로 그런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입니다. 우리나라를 반도국가라 하는데, 우리는 반도가 아닙니다. 대륙으로 가야 반도인데 못가지 않습니까. 비륙비도, 육지도 아니고 섬도 아니에요. 북한을 거쳐서 가면 몽골은 없는 자원이 없는 나라입니다. 중앙아시아에 가면 석유 가스 사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중국 오지까지 시장 개척이 가능합니다. 동유럽, 유럽, 파리, 런던까지 갈수 있습니다. 철의 실크로드를 우리가 열어야 한다. 한국발 제2의 실크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과는 해저터널을 뚫어야 합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얘기하니까 해저터널 하겠다고 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 재임중 왔을때 주 의제가 철도연결이었어요. 이건 굉장히 유망한 가치가 있습니다. 길을 열지 못하면 방대한, 수십억의 인구와 시장, 자원 있어도 불리한 여건에 서는 것을 막을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려면 북한과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끝나고 서울공항에서 와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남북관계는 단순한 남북관계가 아닙니다. 개성공단 하나에도 한국 경제에 1천억원의 이득이 9년간 있습니다. 남한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집은 전부 아파트 투성이고. 사람이 북한으로, 중앙아시아로 진출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만큼 우리의 힘이 뻗어나가요. 남한에는 4백조가 넘는 돈이 민간속에 있는데 투자처가 없어 땅, 부동산 투자 하다가 못하게 막으니까 미국 LA에 집 사고, 중국이나 동남아 가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돈과 사람을 내보낼, 배출할 장소가 필요한데 그 제1차가 북한입니다. 그건 북한에도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 대선에 출마한 케리 후보는 최근 TV토론회에서 북한문제를 양자회담으로 풀어보겠다고 했는데요.

“난 항상 미국이 북한 핵을 저렇게 걱정을 하면 빨리 대화를 해야지, 시간만 가면 북한은 더 발전시킬거 아니냐는 걱정을 합니다. 이건 부시한테도 내가 얘기한거고. 줄건 주고 받을건 받아야 합니다. 근데 줄건 안주고 받을 것만 얘기하면 되겠는가.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못믿어 그런다하고, 북한은 또 미국을 못믿어 못준다 하고. 그러니까 서로 불신하면 같이 해야 합니다. 병행해서 하고 조금씩 실천해서 하면 신뢰가 생깁니다. 북한하고 우리가 처음보다 조금씩 신뢰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잘 사는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는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습니다. 경제주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나 다섯번의 혁명이 있었습니다. 인간 종 탄생이 첫번째 혁명, 1만년전 농업혁명이 두번째, 5,000년전 도시국가가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에서 형성된게 세번째. 네번째로 2,500년전 중국에서 공자 노자 등 제자백가가, 인도에서 부처, 이스라엘에서 예언자,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 등이 사상을 수립해 우리가 그 사상을 유산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다섯번째가 18세기 후반에 있었던 산업혁명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한 번도 주역이 된 적이 없습니다. 농업 경제때는 농토도 좁고 수리관계도 나빠 주역이 못되고, 산업혁명때는 경제 3대 요소인 자본, 노동, 토지가 다 부족해서 안됐어요. 근데 이제 제6의 혁명, 지식정보혁명 시대에 우리가 들어섰는데, 지금 우리가 때를 만난 거라고 봅니다. 세계에서 우리 국민이 가장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나라 중 하나고, 문화적 전통도 상당히 재창조력이 강하지요. 21세기의 경제 발전의 요소는 우수한 지적 창의력을 가진 사람, 인재다. 그런 인재를 많이 가지면 순식간에 성공합니다. 미국의 빌게이츠는 당대의 세계 최고 부자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정보화 등 기타 첨단기술에 성공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돈을 벌고 있고. 아일랜드가 과거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 가장 부자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시대에 우리 한국인들은 세계가 놀란 급격한 정보화 이뤘습니다. 최근 외국 경제지의 보도를 봐도 한국은 디지털 최강국이다고 나오지요. 초고속통신망이 한국에선 75% 보급됐는데 미국에선 20%가 보급됐습니다. 우리가 몇가지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합니다. 내가 정보화를 굉장히 강력히 추진했는데, 걱정스러운건 정보화란 부를 대량 생산하지만 부가 편재돼 생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걸 막기 위해 정보화기술을 보급했던 것입니다. 초·중·고 전 교실마다 정보화 체계를 연결시켰고 농촌, 도시 할 것없이, 노인 군인 제소자 장애인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시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됐습니다. ‘제3의 물결’을 쓴 앨빈토플러가 청와대 본관에 왔을 때 내가 정보화는 되는데 격차가 커진다고 걱정을 했더니 그분 얘기가, 산업화에선 빈부 격차를 해소할 수가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금을 만들어 큰 공장을 세울수가 있겠느냐, 또 부자가 아무리 많아져도 가난한 사람들은 노동해서 임금이나 받아먹게 돼 있다. 근데 정보화시대는 아무리 가난해도 컴퓨터 잘 조작해 우수한 아이디어 내면 순식간에 부자가 되고 직장도 얻을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피터드러커가 앞으로는 지식기반경제의 시대인데, 지식인으로서 의사나 변호사, 기자 이런 사람들 외에 그 밑에서 보조하는 사람들도 전부 지적인 능력을 가진 지식노동자라고 했습니다. 육체노동자에서 지식노동자 시대로 가고 있어요. 그런것을 볼때 우리나라 같이 지적 수준이 높은 나라는 굉장히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런거 감안해 정책 해 나가면 빈부문제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업 투자를 유도하려면 무엇부터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내가 대통령 당선된 뒤 취임때까지 두어 달 쉬려고 했는데 바로 당선 다음날부터 실질적 대통령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1월초에 취임 한 2개월 전에 경제계 지도자, 재벌 총수들을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여러분 선거자금 문제 등 걱정하겠지만 그거 걱정할거 없다, 나도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두 가지를 다짐했습니다. 이젠 권력에게 돈을 요구하고 이권을 받고 정부의 특혜를 받아 돈버는 일은 꿈에도 없을것이다. 두번째는, 이젠 국내건 국외건 세계에서 가장 좋고 가장 싼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무한경쟁시대다. 당신들이 이겨서 돈 벌고 세금 많이 내라. 그게 애국자다. 사회사업 많이 할 생각하지 말고 경쟁해라. 경쟁은 국내에선 외국 투자자와 하고, 해외에선 외국 시장하고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대통령이 되서 30개 재벌 중 16개 재벌이 문 닫거나 주인이 바꼈습니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2000여개 중에 600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해서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두고, 금융기관이 튼튼한 건전 금융기관이 됐습니다. 그거 하면서 정부가 말한거에 대해선 책임을 졌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규제를 완화했지요. 그런 결과 기업들이 큰 능력을 발휘해 그만큼 세계로부터 경제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하나, 2001년 불경기가 있어 수출도 안되고 국내 경기가 나빴는데, 그때 국민들한테 호소했어요. 과거에는 금전 저축은 미덕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어려울 때는 돈 있는 사람들이 물건 사주고 가난한 사람들이 노동도 하고 장사해 돈이 돌게 해달라고. 그게 말이 통했어요. 노벨평화상을 받은 시카고 대학의 루카스가 말하길, 경제의 요체는 희망이다, 기대다. 잘 된다는 기다림을 기업, 국민, 노동자에게 줘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은 투자를 하고 국민은 물건을 사고 노동자는 신나게 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국내 현안에 대해서는 되도록 말씀을 하지 않고 계신데요, 보편적 문제이기도 하고 인권의 문제이기도 한 국가보안법, 사형제, 호주제 폐지 등 사회변혁의 중요한 현안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모든 정책은 당위성과 함께, 그것이 시간적으로 가능하냐, 또 어떻게 방법을 취해야하느냐를 구별해야 합니다. 지금 모든 일에 당위성은 있는데, 정치의 중요한 요체는 국민과 같이 가야합니다. 국민의 손을 잡고 반 발 앞으로 가야 합니다. 국민과 같이 나란히 서도 발전이 안 되고, 손 놓고 한발 두발 나가도 국민과 유리돼서 안됩니다. 국민이 옳은 일인데 안 따라오면 서서 기다리고 설득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 국민을 따라오게 해야돼요. 국민은 옳은 거라고 알면 따라오니까. 그러한 때와 방법이 아주 중요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가치가 혼란스러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리더십의 필수요건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나라나 어느 조직이든 잘 되려면 두 가지가 구비돼야 합니다. 하나는 구성원. 나라는 국민, 회사면 사원, 구성원들이 상당한 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옳은 것은 옳고 그른건 그르다는걸 판단해야 합니다. 난 우리 국민은 외환극복 경험이 있어 그런 소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리더가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과 현실을 적절하게 처리하는 실사구시적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둘이 맞아떨어질 때 모든것이 성공할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재임기간 중 아쉬운 점이 있으시다면.

“하나는 동서화합 입니다. 제대로 하려고 나름대로 정성은 다했지만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고요. 또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 지원하는건, 매일 보고를 받다시피하고 해외나가서도 보고받고 노력을 했는데, 그것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4개 보험을 개혁하고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어 하고 했는데 빈곤 해결을 크게는 못한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조언이나 위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어떻게보면 21세기에 때를 만난겁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제 2의 영국, 미국과 같이 도약할수 있습니다. 우린 희망을 가져야되고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자신을 가져야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지도자와 국민이 힘을 합쳐서 잘 하면 성공할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특히 외교문제, 민족문제는 어떡하든 합의를 봐서 해야 합니다. 남한에서 누가 공산주의 하자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그게 합의보지 못할 일이 없어요. 적어도 민족문제에 관한 한은 흔쾌히 협력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에 있어선 서로 경쟁하는, 구분된 태도를 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와 같이 영토국가, 민족국가처럼 장벽 쌓고 우리끼리 살수가 없어요. 외국 물품을 관세로 막고 국내 물품을 보조금으로 육성하는건 못하는 시대지요.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제한없는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 중 어느것이 우리에게 적합하고 경쟁력이 있는것인지 빨리 선택하고 경쟁력이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거기엔 자본가, 노동자가 다 협력해야 합니다. 기업은 투명한 경영을 하고 공정하게 이익을 분배하고, 노동자는 생산력 향상을 위해 경쟁하는 체제가 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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