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계속되는 ‘젠더사이드(성별 따른 대량학살)’

2010.03.07 18:34 입력 2010.03.08 00:51 수정
구정은 기자

성감별로 여아 낙태·영양 결핍·이슬람권 ‘명예살인’…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기본적인 생존권, 이 세상에 ‘존재할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사라지는’ 여성 수가 1억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실었다. 성별을 이유로 대량학살을 자행하는 ‘젠더사이드(gendercide)’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종말살(제노사이드·genocide)’에 빗대어 만든 젠더사이드의 대표적인 예는 태아 성감별에 따른 여아 살해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아 살해가 널리 퍼져 있거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국가로 ‘미개발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행하고 있는 나라’들을 꼽았다. 자연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 정도이지만 중국과 인도 일부지역에서는 남아 비율이 많게는 130명에 이른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유라시아 내륙 카프카스 지역에도 여아 살해가 횡행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의 석학 아마르티아 센은 1990년 자연성비와 실제 성비를 분석한 뒤 “약 1억명의 여성들이 ‘사라진(missing)’ 상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세계 인구에 자연성비를 대입, 추산한 여성 수보다 실제 여성 인구가 1억명이나 모자랐다는 뜻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인구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인구분포에서 사라진 여성 수도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는 이유는 여아 살해, 출산 시 사망, 영양 결핍으로 인한 사망 등 여러가지다.

전쟁·분쟁 지역에서는 여성 집단학살이 종종 벌어진다. 88년 이라크 쿠르드족 학살 때나 90년대 옛 유고연방 내전, 인도네시아군의 동티모르 학살과 최근 수단 다르푸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슬람권에서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가족구성원들이 여성을 살해하는 것도 젠더사이드의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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