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식당 밥 못먹는 컬링 국가대표

2012.02.09 22:34 입력 2012.02.09 22:41 수정
김창영 기자

지난 7일 오전 11시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컬링경기장. 코치와 인터뷰 도중 한 선수가 점심 메뉴를 물어봤다.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줄 알았던 기자는 선수촌 식당의 ‘특혜’를 누리기 위해 거절했다. 선수촌 식당은 국가대표를 위해 영양사가 맞춤별 식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최고로 불린다. 기자들도 취재를 핑계 삼아 가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컬링선수들은 “촌외훈련이어서 분식점을 이용하는데 때로는 짜장면도 먹고 도시락도 먹는다”고 했다. 여자탈의실에서 의자로 만든 식탁을 만들어 배달 온 김치찌개로 선수들과 점심데이트를 했다. ‘왜 여기서…’라는 질문에 “선수촌 식당의 식사가 좋은 것은 다 알죠”라면서 말을 아꼈다. 혹시 언론에라도 나면 ‘괘씸죄’에 걸릴 것 같았는지 입을 닫았다.

[현장에서]태릉선수촌 식당 밥 못먹는 컬링 국가대표

같은 시간 다른 종목의 선수들은 쪽문을 열고 선수촌 식당으로 속속 들어갔다. 컬링장이 태릉선수촌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이용 자격은 배드민턴, 핸드볼, 육상, 복싱, 유도, 레슬링, 리듬체조 종목으로 제한된다. 바로 옆에서 훈련하지만 입촌을 허가받은 선수들과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8 동계올림픽 유치국가의 동계종목 대표팀이 ‘홀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촌 내 전용경기장이 없거나 선수촌의 수용 규모 등을 감안해 지정하는 촌외종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태릉선수촌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종목 가운데 전용경기장이 있는 종목을 우선으로 배정한다. 촌외종목 선수들은 선수촌 식당에서 국내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든 ‘메달식단’을 먹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잠도 선수촌이 아닌 인근 여관에서 자야 한다. 컬링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 전용경기장이 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촌외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래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만 하고 식사는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선수촌 관계자는 “촌외종목들의 숙박비와 식비도 정상적으로 지출하는데 식사를 그렇게 해결하는 줄 몰랐다. 연맹에서 요청하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데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컬링경기연맹은 “과거에 신청을 했는데 거절을 당했다”면서 “신청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 뻔한데 뭐 하러 자꾸 신청하느냐”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전 국민이 환호하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비인기 종목, 메달 가능성이 적은 종목에 대한 무관심과 인색함은 그대로였다. 컬링선수들의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마크가 흐려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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