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슈퍼스타 효봉스님 알고보니…

2012.08.18 15:12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왕도는 없습니다. 삶을 관통하는 진리 따위도 없습니다. 만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걸 알면 여러분에게 말해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냥 지금까지 살아오셨던 그대로 꾸역꾸역 사세요. 다 그런 겁니다. 받아들이세요. 안 생겨요.”

일주일이었다. 페이스북에 슈퍼스타가 탄생하고, 탄생의 비밀이 밝혀지기까지. 슈퍼스타는 ‘효봉스님’이다. 그 사이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그의 팬이라고 밝힌 인사들은 1만1000여명이었다. 1만1000명 중에는 필자의 지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향신문 기자 2명, 출판사 직원, 대학원생, 정보기관 요원, 변호사(금모 태섭 변호사라고 밝히면 안 될 거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효봉스님이 글을 올릴 때마다 족족 열광의 댓글이 달렸다. 글을 읽은 중생들은 뭔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 같았다.

효봉스님 페이스북 사진

효봉스님 페이스북 사진

사진 합성 의혹이 나왔다. 한참 인기를 끄는 혜민스님 사진에 얼굴 부분만 따다 합성한 것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 사진을 도용했다는 ‘정효봉’씨의 주장도 나왔다. 효봉스님의 얼굴은 정말 그 효봉씨였다. 돌이켜 놓고 보면 일주일 게시글 사이에 답이 있었다. 일주일 뒤, 효봉스님을 만들어낸 인사가 정체를 밝혔다. 패션 관련 웹진에서 일하는 장윤수씨(28)다. 효봉스님의 모델이 된 정효봉씨는 그와 친한 형이고, 얼굴 사진은 그냥 갖다 쓴 것이다. 아닌 줄 알았지만, 사람들은 댓글을 남겨 효봉스님의 ‘입적’을 아쉬워했다. 효봉스님이 떠난 빈 자리가 허전하다는 반응이 많다.

장씨는 왜 일주일 만에 커밍아웃을 했을까. 마지막 남긴 글을 보면 “28년 인생 중 최초의 성공을 맛보게 되니 손을 못 떼고 붙잡고 있었고, 덕분에 해야 할 일에 매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장씨와 통화했다.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이걸로 유명세를 얻고 싶은 욕심은 애초부터 없었고 처음부터 지인들이랑 낄낄거리려고 만든 것인데….”

페이지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이 읽은 글은 30만명. 한창 때의 아고라 미네르바 글에 필적하는 조회 수다. 효봉스님 페이지를 만든 계기로 밝힌 ‘여자친구로부터 실연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28년 인생 중 최초의 성공’이라는 건? “아~ 늘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이미지나 영상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갈수록 글이 홀대받는다고 생각해요. 글이 얼마나 호소력을 갖나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한 불교계 언론은 이번 페이스북 효봉스님 사태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페이스북 스타 효봉스님은 갔다. 그러나 대중이 왜 효봉스님에게 열광하는지, 효봉스님의 어떤 면이 대중에게 어필했는지는 불교계가 고민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기사가 나갈 시점 정도면 회사를 그만둬 무직자가 된다’는 장씨는 꼭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진지하거나 목표지향적인 것 같습니다. 좀 가볍고 쉽게 살아도, 산 입에 거미줄은 안 쳐요. 그렇다면 즐겁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백날 꿈을 꾸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효봉스님을 즐겁게 봐준 것 고맙습니다. 다시 안 하냐는 분이 있는데, 앞으로 그런 것 절대 없으니 알아서 잘 사시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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