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신장이 인권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2012.09.05 09:51
김남영/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 그런 것은 반려인들만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모두가 고민해야 해요.”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지만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0만 마리가 넘는다는 어두운 이면이 있다. 그래서 예쁘고 귀여운 동물들 사진이 가득 담긴 책 대신에 버려진 유기동물 사진이 한가득 있는 책이나 좁은 우리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을 담은 책을 출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난달 24일, 사무실로도 사용하는 혜화동 자택에서 진정한 ‘공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책공장 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를 만났다. 김보경 대표는 1인 출판사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용산 개 방실이>,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외 9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녀에게서 그동안의 동물, 사람, 그리고 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동물권 신장이 인권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 -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그들

-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반려동물은 같이 삶을 나누고 살아요. 생활공간도 나누고 시간도 나누고. 흔히 말씀하시듯 가족 이외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모습만 조금 다를 뿐이죠. 장점은 너무 많아서 한가지로 말하기가 어렵죠.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무엇보다도 그 아이들의 짧은 삶 안에서 생로병사를 다 보여주기 때문에 삶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해주는 게 가장 고마워요.

-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와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차이가 없다고 봐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요.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차별하지 않고 사람 자체로 존중하면 그것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잖아요. 동물도 똑같아요. 사람에게 잘하는 사람은 동물에게도 잘하고, 동물에게 폭력적이면 사람에게도 폭력적일 수도 있어요.

인간에게는 인권이, 동물에게는 동물권이

- 동물권 향상이 인권 향상에도 도움이 될까요?
당연하죠. 사람이 먼저냐 동물이 문제냐 무엇이 먼저인 건 아닌 거 같아요. 생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거든요. 사회적 약자 간의 연대가 중요한 것이지, 그 사회적 연대에 동물운동도 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동물이 행복하지 않고 사람이 행복하고, 사람이 행복하지 않는데 동물이 행복한 세상은 없는 거 같아요. 사람에게 막 대하면 동물도 막 대할 거라고 봐요. 사회 구성을 보면 돈도 많고 권력도 많은 사람부터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사람까지 있잖아요. 동물은 그 최하층보다 더 아래에 있어요. 분노의 대상이 되기 가장 쉬운 대상이 동물이거든요. 동물에게 폭력을 행하면 그다음 약자인 사람에게도 폭력을 행할 수 있겠죠. 동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다고 봐요.

- 반려동물에 반대하는 의견 중에 진정한 동물권이란 동물이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하던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반려동물 외의 동물은 그 말이 맞아요. 동물원의 동물이나 실험동물들은 인간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게 진정한 동물권이죠. 반려동물 문제는 좀 다른 문제에요. 반려동물 같은 경우엔 인간과 개가 같이 살아온 역사가 만년이 넘거든요. 그럼 인간과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것은 그걸 부정하자는 건가요? 개와 사람이 주고받는 것은 매우 많아요, 염색한다거나 꼬리나 귀를 자르거나, 고통의 대상으로 만드는 현상은 생명이 아니라 대상화하는 것이라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씀하는 거라면 반려문화가 성숙해지면서 사라질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동물을 대하는 것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삶을 나누면서 사는 아이들을 인간들로부터 떨어트리는 게 진정한 동물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장구한 세월을 부정하는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을 어디로 보낼 건데요. 대안 없는 주장은 주장이라고도 볼 수 없어요.

"동물권 신장이 인권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 동물권에서 길고양이 문제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길고양이에게 거부감을 보이시는 분들의 편견에 맞서는 방법이 있을까요?
밥 주시는 분들보다 싫어하시는 분들이 더 몇 배는 많아요.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설득하려고 노력을 해요. 말씀하셨다시피 길고양이는 많고 싫어하시는 분들 많아요. 죽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에요. 길고양이는 도심에서 같이 사는 동물이고 그렇게 하려면 TNR(잡아서 중성화 수술 후 다시 돌려보낸다는 뜻의 ‘Trap-Neuter-Return’의 약어. 서울시에서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8년 3월 1일부터 이 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해서 공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자꾸 교육해야 하는데 그런 걸 교육하지 않으니 일반 사람들은 모르죠. 기본적으로 길고양이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일반시민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캣맘들이 고군분투해왔고, 그 결과로 그런 정책이 만들어졌는데 이제 그 시기는 지났어요. 시나 구청에서 나오는 소식지가 정말 많거든요. 그 소식지에 사람들에게 교육을 해야 하는데. 서울시에 곧 동물복지과가 생기니까 이제 곧 하겠죠? 담당자가 생기니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해요.

- 생명윤리와 다음 세대를 이어갈 권리를 이유로 중성화 수술에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처음 중성화 수술 얘기를 들은 게 찡이가 7, 8살 때에요. 아주 오래전에 한국에 동물보호단체가 없었을 때부터 키웠는데 저도 중성화수술을 시키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어요. 내가 쓸데없는 임신을 안 시키거나 새끼를 이상한데 입양 안 보내면 되지 않나, 수술을 시키는 게 자연적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저도 그런 불쾌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중성화수술을 안 하면 끊임없이 새끼가 태어나잖아요. 입양 안 된 아이들이 길에 버려지고 죽여지고…. 일 년이면 한국에서 죽어나가는 유기동물의 숫자가 공식적으로 10만인데 사실 그 서너 배가 될 거라고 보거든요. 미국에서는 천만 마리가 안락사로 죽어요. 굉장히 끔찍한 일이죠. 그런 현실을 알게 되면 중성화수술을 시키지 않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건강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가 하구요. 현실을 다 빼놓고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중성화수술은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우리가 무슨 권리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그게 더 낫다는 거죠. 살아있는 아이들을 지키는 거니까요. 중성화수술이 너무 싫어서 하지 않는 분들은 새끼를 안 내시겠죠. 새끼를 내보시면 알겠지만 이 아이들을 좋은 데로 입양시킬 데가 마땅치 않다는 걸 알게 돼요.

우리가 그들의 자유를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

이번 해 ‘책공장 더불어’에서 출간된 책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는 야생동물 보호운동가가 저자로, 전 세계 동물원을 1000번 이상 탐방한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야생동물에게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김 대표는 책 이야기를 꺼내면서 국내에 열악한 동물원 환경에도 이를 제재할 법이 단 하나도 없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이 책은 그 전에 반려동물에 대해 다루신 책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동물권을 부제로 붙여서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책을 내온 맥락에서 벗어나진 않아요. 요즘에 반려동물과 예쁘게 살기, 똑똑하게 키우기 이런 책이 많이 나와요. 그런 책들과 우리 출판사 책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큰 틀 안에서 모든 생명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그런 개념에서 만든 책들이에요. 저희 책들은 동물 책이지만 사회 안에서의 모든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 그런 것은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들만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모두가 고민해야 해요. 우리가 소풍 가고 데이트 갈 때 갔던 동물원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어요. 지구 위에서 우리와 관계를 맺고 사는 동물들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사회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 동물원이 멸종위기 동물을 위해 공헌하는 것도 있지 않나요?
동물원의 존재 이유 중에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한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는 동물원이 많지 않아요. 일단 돈이 굉장히 많이 들고 번식시켜서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그들이 제대로 사는 게 멸종위기 프로그램에 완성인데 그것까지 따져보면 제대로 하는 동물원이 없어요. 그 외의 동물원들은 동물원을 운영하기 위한 단순한 구실일 뿐이죠.

- 그러면 동물원이 사라져야 하겠네요?
동물단체들이 사라지라 해서 사라지진 않아요. 예를 들어서 외국에는 돌고래쇼 같은 동물 쇼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어요. 동물단체들이 교육해서 사람들이 돌고래쇼를 보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거 에요.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것보단 그게(교육하는 것이) 맞는 방법인 것 같아요. 결국, 의식의 문제고요. 외국에는 동물원에 관련한 책들이 많아요. 동물원에 한해서만 활동하는 동물보호 단체도 있고요.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물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책이에요. 이 책을 계기로 사람들이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책이 너무 안 팔려서 영향이 많이 끼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부모님께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동물원에 데려간다지만, 그게 정말 교육이 될까 싶어요.

-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요?
동물은 공존하는 생명체라는 걸 알려줘야죠.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야 한다고 봐요. 같이 살다 보면 동물들이 하나하나 존재감이 다른 걸 알고, 동물들에 대한 존중,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돼요. 오락거리나 흥밋거리가 아니라는 걸 교육을 받다 보면 다음 세대부터는 동물권에 대한 의식 자체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동물권 신장이 인권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망하지 않고, 1인 출판을 계속하면서 동물에 관련한 ‘불편한’ 책을 출간하겠다고 밝힌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동물책을 많이 봐주세요.” 라고 말을 남겼다. 사람과 동물을 위한 공존을 위해 앞으로도 김 대표는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계속 출간할 예정이고, 동물권을 향상하기 위해 계속 활동할 것이다.

김남영/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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