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야자키 감독 “아베, 헌법 96조 개정 추진은 사기”

2013.07.19 13:44 입력 2013.07.19 21:56 수정

애니메이션 거장… 소책자에 글 게재

위안부 문제, 정부 사죄·배상 거론도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72·사진) 감독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헌법개정 추진을 질타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죄·배상해야 한다는 글을 발표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이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매달 무료로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 최근호에 ‘헌법개정 등은 언어도단’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열풍’은 지난 10일 5000부가 발행돼 전국 서점에 배포됐으나 순식간에 품절됐으며,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등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홈페이지에 책자 전문을 공개했다.

일본 미야자키 감독 “아베, 헌법 96조 개정 추진은 사기”

미야자키는 이 글에서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않은 일”이라고 참의원 선거(21일) 후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아베 정권이 개헌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완화하는 헌법 96조를 먼저 개정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96조를 먼저 개정하는 것은 사기”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의 톱(총리)과 정당의 톱(당대표)들의 역사인식 부재와 정견의 부재에 질렸을 뿐”이라며 “생각이 부족한 인간이 헌법 같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보수우익들이 ‘전쟁 전의 일본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잘못한 것이 사실이며, 그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제하고 “위안부 문제도 각기 민족 자긍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사과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개정 문제를 다룬 ‘열풍’ 최근호에는 또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勳) 감독이 ‘60년 평화의 위대함’이라는 제하의 글을 게재했고, 프로듀서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도 평화헌법 9조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 전문을 실었다.

열풍은 이전에도 ‘데모(시위)’ ‘글로벌 기업과 조세피난처’ 등 시사성 있는 주제들을 다뤄왔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뒤 사옥 옥상에 원전반대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쓰나미를 소재로 한 <벼랑 위의 포뇨>를 발표한 이후 5년 만에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불다>를 완성했으며, 20일부터 일본 전역에서 상영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최신예 전투기였던 함상전투기 ‘제로센’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堀越二郞)를 모델로, 전쟁으로 치닫던 일본에서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고뇌를 그렸다. 전투기 제작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없으며, 평화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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