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서 ‘짜깁기’ 의혹… ‘비상계획’ 실제 가동됐을 수도

2013.07.24 22:33 입력 2013.07.24 22:59 수정

‘권영세 발언’ 추가 폭로

권 “원뜻을 왜곡시키는 비열한 조작 하지 말라” 반박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4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다시 끼워 맞췄다”는 권영세 주중대사 발언을 추가 폭로했다.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회의록이나 발췌본의 조작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권 대사가 언급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이 실제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 회의록에 손댔나

권 대사는 “원세훈으로 원장이 바뀐 이후로 기억을 하는데 내용을 다시 끼워 맞췄거든요. 아마 그 내용을 가지고…청와대에…요약보고를 한 거지”라고 말했다. 회의록을 ‘재조정’한 후 이를 요약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원장에 취임했다. 그해 3월 회의록 비밀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강등시켰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들어간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10·4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이 전 대통령이 회의록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원세훈 국정원서 ‘짜깁기’ 의혹… ‘비상계획’ 실제 가동됐을 수도

문제는 “내용을 다시 끼워 맞췄다”는 부분이다.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비판에 격노한 상황에서 보고를 요구했다면 국정원이 구미에 맞게 회의록을 전반적으로 ‘마사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회의록 전문의 생산시기는 참여정부 김만복 국정원장 재임 때인 2008년 1월이다. 시기만 보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끼워 맞춘’ 회의록과 같을 수 없다.

■ 발췌본 왜곡인가

권 대사가 언급한 ‘끼워 맞춘’ 회의록은 발췌본 왜곡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정 의원도 “발췌본 보고서가 올라갔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발췌본은 두 가지다. 국정원이 지난달 20일 국회에 보낸 문건과 국정원이 2009년 5월 작성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 문건으로 한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만 해도 전문과 비교하면 왜곡이 심각한 상태다. 단적인 예로 노 전 대통령은 전문에서 ‘나’라고 칭하지만, 발췌본에는 2곳에서 ‘저’로 바뀌어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는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과 유사한 문장을 짜깁기식으로 나열해놓고 “편향적·감성적 대북인식, 김정일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로 국가 품위 손상”이라는 평가까지 하고 있다. 권 대사가 언급한 “요약 보고”가 두 문건 중 어느 것이든 이 전 대통령의 인식에 편향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앞서 박범계 의원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첫번째 녹취록에서 권 대사는 회의록 공개를 ‘컨틴전시 플랜’이라고 부른 뒤 “도 아니면 모고, 할 때 아니면 못 까지”라며 “이것은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말했다.

■ 권영세 “비열한 조작”

권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없는 내용을 보태거나 원뜻을 왜곡시키는 등의 비열한 조작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권 대사는 “만약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국정원이 대화록 내용을 조작했다는 얘기를 했다면 (기자가) 기사화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겠느냐”면서 “민주당이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을 갖고 덧붙여서 조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사는 박범계 의원에 대해 “판사 출신인 박 의원이 판결문도 그렇게 썼는지 걱정이 든다”며 “대사 업무에 전념하면서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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