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 맞아?… 출판계 일각 “덤핑·재구매 등으로 새책 유통 의혹” 거센 반발

2013.11.03 21:27 입력 2013.11.03 23:18 수정

알라딘 중고서점은 2011년 서울 종로에 오프라인 1호점을 냈다. 유명 나이트클럽이 있던 자리로 “나이트 대신 서점에 와서 좋은 책과 부킹(book-ing)하세요!”라고 홍보했다. 책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책 상태별에 따른 규격화된 매입·판매 시스템에다 기존 대형서점 못지않은 인프라가 회자됐다. 다양한 책을 일목요연하게 분류했고, 도서 검색대도 마련했다.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환경도, 헌책방보다 신간이나 베스트셀러가 많은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오늘 들어온 책’이나 ‘6개월 이내 신간’ 코너가 따로 있다. 중고서점은 신간 베스트셀러를 온라인 알라딘 판매가의 50%에 매입한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15호점, 8월엔 경기 산본에 16호점을 낼 정도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출판계 전문가들이 알라딘 중고서점의 책 유통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도서출판 동아시아의 한성봉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한 대표는 최근 출판사 페이스북에 “동아시아 책은 알라딘에서 구입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신간 <온도계의 철학>을 낸 시점이다. 과학철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받은 책인 <온도계의 철학>은 저자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같은 대학 장하준 교수의 친동생이라는 점도 화제가 됐다. 한 대표는 왜 손해를 감수하고 주요 온라인 서점 중 하나인 알라딘에 출고 정지 결정을 내렸을까. 그는 “알라딘 중고서점은 ‘중고서점을 가장한 할인 서점’”이라며 “변종 할인판매로 건강한 출판문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중고서점 문제는 곧 출판계에서 대책을 세울 것이다. 동아시아 출판사는 작은 출판사지만,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오후 ‘알라딘 중고서점’ 서울 종로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서점 입구의 ‘오늘 들어온 책’ 알림판엔 1438권이 기입돼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3일 오후 ‘알라딘 중고서점’ 서울 종로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서점 입구의 ‘오늘 들어온 책’ 알림판엔 1438권이 기입돼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 도서정가제 시행되어도 중고서점 신간 큰 폭 할인 가능
출판문화 파괴·할인 폐해 우려
알라딘 측 “고객에 직접 산 것… 팔리지 않는 재고 살 이유 없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도 자신의 블로그에 연일 알라딘 중고서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소장은 “알라딘 중고서점은 (중고책이 아니라) 악의의 독기를 잔뜩 품은 새 책이 유통되는 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판사들이 (자금 회전을 위해) 어느 정도 팔릴 가능성이 있는 책을 300~500원 정도의 이익만 붙이고 몇천부를 다시 제작해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 유통시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출판사들의 덤핑과 중고서점의 신간 재구매 의혹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이 중고서점 문제를 부각시키는 이유는 도서정가제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서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시행(현재 국회 계류 중)하더라도 중고서점은 큰 폭의 신간 할인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지금도 신간들이 ‘신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중고서점에서 50% 안팎으로 할인판매된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합법을 가장한 알라딘 중고서점만 남게 되고, 그러면 다른 대형 서점들도 앞다투어 중고서점을 낼 것이다”(한성봉 대표), “출판사의 덤핑이나 중고서점의 신간 유통가능성을 법적·제도적으로 차단하지 않는다면,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더라도 할인 폐해를 없애기 힘들다. 중고서점이 늘어나면 대형 할인점처럼 주변의 출판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다”(한기호 소장).

중고서점의 홍보·증정용 책 유통문제도 함께 거론한 한 소장의 글은 블로그에서 논쟁을 불렀다. 독자·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비양심적으로 홍보용 책을 내다파는 사람이나 출판사가 근본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김성동 알라딘 기획마케팅 팀장은 출판계의 비판에 대해 “6개월 이내 신간 코너 매입 분량의 99.9%는 고객한테 직접 사들인 것”이라며 “지난 6개월간 매출 통계를 내봤는데 신간 비중은 전체의 2%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대량 덤핑 구매 의혹에 대해 그는 “실제 그런 일은 없다. 재고 도서라는 게 잘 팔리지 않는 건데, 그런 책을 매입해 꽂아둘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1일 찾은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 신간 코너엔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아이돌 가수의 신간이 15권 꽂혀 있었다. 전직 관료가 쓴 손때가 묻지 않은 자기계발서도 30여권 눈에 띄었다. 김성동 팀장은 “출판사마다 과다 재고가 있는데, 급전이 필요하니까 여러 서점에다 사정사정해서 파는 게 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책은 있다. 그렇지만 전체 매입량의 0.1%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오프라인 중고서점은 우리 회사 매출의 5% 미만”이라며 “(여러 의혹과 문제 제기는) 중고서점을 과대 평가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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