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도시를 되살리는 힘이다

2014.01.01 21:31 입력 2014.01.01 22:09 수정

부산에선… 산복도로 재생·깡통야시장·영도다리 복원
서민감성 사업, 쇠락하던 광복·남포동 활기

1998년 부산시청이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온 광복동·남포동 등 원도심에 생기가 돌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유동인구가 크게 늘고 빈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부산시와 주민들은 산복도로 재생사업과 부평동 야시장 개장, 영도대교 복원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은다. 초대형, 최첨단 사업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 서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업이란 점이 주목된다.

부산지하철공사는 지난해 지하철 남포역의 하루 평균 승객이 4만6552명으로 1·2호선 환승역인 서면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1일 밝혔다. 또 다른 환승역인 연산역·동래역을 앞지른 수치다. 남포동역 일대는 부산시청 이전 후 활기를 잃으면서 2008년에는 하루 승객이 3만1790명에 그쳤다.

지난해 부평야시장(10월29일) 개장과 영도다리 복원(11월27일) 이후 하루 통행량이 10월 4만4124명에서 11월 4만7582명으로 늘더니 12월 5만7250명을 넘어섰다. 유동인구가 늘다 보니 광복동 일대 눈에 띄던 빈 점포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이 일대 상인들은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옛 부산시청 자리에 개장할 때보다 요즘이 더 활기차다”고 말하고 있다.

주말 저녁이면 부평야시장을 찾는 시민들로 시장골목이 북새통을 이룬다. | 부산시 제공

주말 저녁이면 부평야시장을 찾는 시민들로 시장골목이 북새통을 이룬다. | 부산시 제공

원도심에 다시 사람이 몰리는 것을 놓고 서민을 위한, 서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서민사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산복도로 재생사업은 단순히 노후화한 주택을 개량하고 길을 넓히는 수준에서 벗어나 거리와 골목에 이야기를 입히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원도심과 인접한 초량동의 이바구길이 대표적이다. 해외 언론으로부터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보도되면서 대표적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복도로를 둘러보는 여행객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들이 산복도로를 둘러본 뒤 원도심인 광복동과 남포동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전통시장을 야간에도 상설 개장한 부평깡통야시장도 서민이 그 중심에 있다. 남포·광복동과 도보로 5분 거리인 이곳은 오후 6시부터 기존 시장 골목에 이동식 판매대가 설치되면서 야시장으로 변모한다. 야시장의 주요 상품은 먹을거리다. 씨앗호떡·해물빵·어묵·유부·팥죽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필리핀 등의 간식거리도 즐길 수 있다. 시장 입구에서는 마술 등 거리공연이 펼쳐져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주말 밤에는 수천명씩 몰리고 있다. 47년 만의 영도다리 복원 역시 서민들의 추억을 자극한 사업이다. 시민들은 다리가 올라가는 모습과 함께 어려웠던 피란 시절을 회상하기 위해 낮 12시가 되면 영도다리를 찾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2013년 부산의 10대 히트상품으로 영도대교, 부평야시장,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입항, 산복도로 이바구길 등을 선정했다. 1~4위까지가 모두 남포동, 부평동, 중앙동, 초량동 등 원도심 지역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측은 “초대형 사업보다는 사람의 일상과 삶 자체를 보여주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부산 특유의 사람 냄새가 나는 가치를 찾아 도시발전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 서울에선… 신촌 연세로 차량 제한 ‘젊음의 거리’ 명성 찾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무대인 서울 연세대 앞 신촌은 1990년대 대학문화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문화가 사라지고, 이웃 홍대 상권이 커지면서 신촌은 쇠락 일로를 걸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신촌 연세로’를 사람 중심의 거리로 만들어 옛 명성을 되찾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내 첫 대중교통전용지구인 연세로(신촌 지하철역~연세대 정문 550m 구간) 공사를 마치고 오는 6일 정오부터 버스가 통행한다고 1일 밝혔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연세대와 신촌역 방면으로 각각 편도 1차선이 운영된다. 공사 동안 우회 운행했던 시내버스 11개 노선과 마을버스 3개 노선, 버스정류소 3곳이 이전처럼 운영된다. 다만 153번(우이동~당곡사거리), 7613번(갈현동~여의도) 시내버스 2개 노선은 신촌로터리 신호체계 변경으로 우회노선 그대로 운행한다.

앞으로 연세로에선 보행자를 비롯해,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모든 차량은 시속 30㎞ 이하로 통행해야 한다. 일반 차량은 하루 종일 진입할 수 없으며, 택시는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통행이 허용된다. 아울러 단거리 통행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공공자전거도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을 계기로 신촌 연세로를 서울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로 부흥시킬 계획이다. 인디문화라는 고유 이미지를 지닌 ‘홍대’처럼, 신촌을 대학문화 중심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신촌 상인들도 지나친 상업화로 잃어버린 지역문화 회복을 위해 지난해 4월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또 신촌을 문학의 명소로 가꾸기 위해 ‘홍익문고’ 앞 거리에 국내 유명작가 15명의 핸드프린팅과 글귀를 새겨넣은 동판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독서토론회나 백일장을 개최하기로 했다. 인근 창천공원 등에서 시 낭송회나 거리음악 공연도 연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수원에선… 주민이 직접 매산로 일대 ‘마을르네상스’ 사업

경기 수원시는 주택재개발사업이 취소된 팔달구 매산로 일대(수원 115-4 구역)에 ‘수원형 르네상스 정비사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마을의 노후·불량주택을 일제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재개발사업과 달리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마을 발전계획을 수립한 뒤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로, 주차장,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은 자치단체가 지원하지만 노후불량주택 신·증축 등은 주민 스스로 해야 한다.

수원시는 지난 4월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이 일대 9만4896㎡를 수원형 르네상스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체적 사업방향을 정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용역을 통해 마을 공동체 형성·활성화 방안과 주거환경·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물리적 재생방안을 마련하고 주민참여를 통해 수립한 마을계획이 실현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이영인 수원시 도시재생과장은 “수원형 마을르네상스사업은 아파트 중심의 재개발 대신 원주민이 이주하지 않고 스스로 좋은 마을을 만들고 가꾸는 사업”이라며 “마을기반시설정비, 주거환경개선, 주민공동체 형성, 직업훈련 등으로 단계별·부분별 개발전략을 세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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