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생충이야기

대통령 이용법

2014.01.07 11:54 입력 2014.01.07 11:55 수정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지난 정부 때 소위 좌파들은 5년 내내 탄식만 해댔다. 문제는 그 좌파 분들이 현 정부 들어서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한다면서 “불통”이니 뭐니 탄식만 해오지 않았던가. 이 추세로 보아 임기 내내 “해도 너무했다” “대통령이 이럴 수가 있느냐” 같은 말만 하다 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잘 파악해서 대처한다면 남은 4년을 탄식 대신 미소로 보낼 수도 있다.

[서민의 기생충이야기]대통령 이용법

이명박 대통령은 예측이 어려운 분이셨다. 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으니 돈의 관점에서 본다면 얼추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 형님과 아들, 영부인 등 친인척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데다 측근들에 대한 의리 또한 대단해서 이 사안에서는 대체 어떤 걸 우선해서 행동할지 미리 아는 게 불가능했다.

공약은 거의 지키지도 않던 분이 갑자기 강바닥을 파겠다고 우기고,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을 “선진경영을 배운다”는 명분하에 민영화를 하려고 했으니, 그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예측가능한 분이라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차이를 보인다. 이분은 국민들, 특히 좌파들이 반대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믿는다.

주권국가로서는 당연히 가져야 하는 전시작전권을, 그것도 미국에서 가져가라고 하는데도 한사코 안받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작권을 갖는 것을 좌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전혀 도움을 받지 않은” 국정원 댓글의 수사를 한사코 방해하는 것도 좌파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비서실장도 일부러 좌파들이 가장 싫어할, 유신시대의 인물을 뽑았지 않은가?

[서민의 기생충이야기]대통령 이용법

현 정부가 1년간 한 일이 종북.좌파 때려잡기가 전부였던 것도 그런 견지에서 보면 이해가 갈 거다. 이 점을 이용한다면 의외로 대통령을 좌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철도 민영화를 보자. 기차라곤 별로 타본 적도 없는 분이 갑자기 철도 민영화를 하는 이유도 좌파들이 민영화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좌파들이 갑자기 민영화를 찬성한다면?

김기춘: 대통령 각하, 큰일났습니다.

박근혜: 무슨 일이오?

김기춘: 전교조, 민주노총, 대한기생충학회 등등의 좌파집단들이 철도 민영화를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박근혜: 무엇이? 그렇다면 민영화는 해서는 안되는 것이로군요! 당장 민영화를 절대 못하도록 법제화하시오.

이런 작전은 다른 일에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다.

김기춘: 각하, 큰일났습니다.

박근혜: 각하라니, 그냥 공주님이라고 부르시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오?

김기춘: 좌파괴뢰집단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을 여기서 덮자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박근혜: 무엇이?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게요. 혹시 배후를 캐면 자기네들 치부가 드러날까봐 그러는 게 아니겠소?

김기춘: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박근혜; 전에 찍어낸 채동욱을 당장 검찰총장으로 복귀시키고, 철저한 수사를 하라고 당부하시오.

이 전략을 잘 활용하면 인사 문제에도 관여할 수 있다.

김기춘: 각하, 아니 공주님. 좌파들이 해양수산부장관을 올해의 최우수장관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박근혜: 무엇이? 그럼 해수부 장관이 좌파들과 내통한단 말이오?

김기춘: 아마도 그런가봅니다.

박근혜: (책상을 쾅 치며) 안되겠소. 해수부 장관을 당장 해임하시오.

김기춘: 이 연말에 갑자기 그러려면 뭔가 사유가 있어야 하옵니다.

박근혜: 사유? 그딴 게 뭐 필요하오? 그래, 청문회 때 삽질했지 않소.

김기춘: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이후에 각하께서 임명을 강행하셨는데...

박근혜: 지금 따지는 거요? 당신 좌파야?

김기춘: (납짝 엎드리며) 각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매우 그럴듯하지 않은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고개만 저을 게 아니라, 한번 써먹어 보자. 이 작전이 잘 먹힌다면, 의외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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