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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타러 갔다가 밥만 먹고 오지요~

2014.02.05 21:16 입력 2014.02.05 22:37 수정
평창·횡성·원주 | 글 박경은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강원도 평창·횡성·원주 ‘맛집’을 가다

강원 평창 일대의 겨울은 전국 어느 지역보다 분주하다. 한파를 녹이는 각종 축제들이 이어지는 데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만큼 겨울 스포츠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주요 스키장이 밀집돼 절정의 나날을 보내온 이곳은 요즘 막판 스키를 즐기려는 인파로 붐빈다. 이곳을 오가는 이들에게 스키장의 설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맛집이다. 수십년간 스키장을 찾는 손님들을 맞으며 이름을 날려온 맛집이 여럿 있지만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을 듣는 곳도 상당수 된다. 굳이 스키장이 아니더라도 강원도의 청정 자연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이 가볼 만한 평창과 인근 지역인 횡성, 원주 일대의 맛집들을 소개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덕정식·뽕잎밥·메밀칼국수·묵무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덕정식·뽕잎밥·메밀칼국수·묵무침

■ 도지정 농가맛집

강원도농업기술원은 2018년 평창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강원도의 청정 재료와 전통 손맛을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농가맛집 지원사업을 2007년부터 실시했다. 1호로 지정된 강릉 한정식집 ‘서지초가뜰’을 비롯해 지금까지 지정된 곳은 모두 19곳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모을 정도로 지역 명소가 됐으며 메뉴 개발 등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다. 최근 입소문을 타며 서울 등 타 지역에서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은 더덕음식 전문점 ‘윤가이가’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19년 전 귀농한 이용희·윤옥자씨 부부가 운영한다. 직접 재배한 더덕과 고추, 옥수수, 호박 등 농산물과 인근 태기산에서 뜯은 나물로 ‘약이 되는 밥상’을 차려낸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다. 샐러드, 섭산전, 구이, 튀김, 장떡, 잡채, 강정 등 각종 더덕 코스요리와 더덕영양밥, 북어찜, 나물, 장아찌, 된장찌개 등을 내놓는 더덕영양밥정식(1인분 2만원), 더덕김치와 나물반찬, 장아찌를 선보이는 취나물밥정식(1인분 8000원) 등 2가지 메뉴가 있다. 숙성시킨 더덕을 튀겨낸 더덕튀김, 다진 더덕에 찹쌀을 입혀 쫀득하게 지져낸 섭산전 등은 더덕이 향긋함뿐 아니라 달콤함까지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찌개 육수를 낼 때도 횡성한우와 다시마, 파뿌리 등을 고집하는 윤씨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맛깔난 김치, 장아찌 솜씨로 손맛을 떨쳐왔다. 그는 “진실된 마음으로 하는 음식은 알아봐주신다는 믿음으로 맛집에 도전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역시 횡성에 자리잡은 ‘오음산산야초밥상’은 이달 중순 문을 연다. 오음산이 있는 횡성군 공근면 어둔리 일대의 농가들이 함께하는 오음산캠프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한다. 인근에서 나는 산야초와 조합 회원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계절에 맞는 제철밥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발된 메뉴들은 산과 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산야초밥상의 ‘비밀병기’는 지역에서 나는 갖은 재료를 발효시켜 담근 장아찌와 식초다. 횡성 특산물인 블루베리와 해바라기씨를 넣어 쑨 도토리묵에는 청양고추를 숙성시킨 장아찌를 곁들여 달콤한 감칠맛을 더했다. 복분자와 당귀 식초, 명이 장아찌로 버무려낸 산야초샐러드도 자꾸 손이 간다. 여기에 감자만둣국, 호박영양밥, 약초밥 등을 식사로 내는 ‘산야초밥상’은 1인분에 1만5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횡성한우로 만든 갈비찜과 떡갈비 밥상 메뉴도 개발 중이다. 이 지역에서 5년 이상 농촌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봉기 대표는 “산야초밥상은 농촌의 문화와 전통의 손맛, 청정 농산물 등을 함께 즐기고 오감을 충족시키는 문화 체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육회 막국수·메밀싹 육회·송어회·해물짬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육회 막국수·메밀싹 육회·송어회·해물짬뽕

■ 현지인들에게 더 사랑받는 맛집

원주 지정면에서 10년째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그루터기’는 뽕잎나물밥정식(1만원) 한 가지 메뉴만을 내놓는다. 목공예 공방을 운영하는 부부는 직접 뜯은 뽕잎과 나물, 앞마당에서 키운 작물들로 정갈한 밥상을 차린다. 방풍나무, 고사리, 죽순, 더덕, 미역, 우엉, 연근, 버섯, 호박무침 등이 한상 가득 올라온다. 통들깨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 양념을 했다. 흑미와 뽕잎, 무와 당면을 넣어 지은 뽕잎나물밥은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식욕을 돋운다. 소박한 나무테이블에 앉으면 통으로 난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 덤으로 따라온다. 주말을 제외하고 주 5일 점심식사만 가능하다.

메밀 전문점이 즐비한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 ‘늘봄먹거리’는 질박하고 담백한 손맛으로 유명하다. 팔순에 이른 노모와 딸 두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자그마한 이곳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막국수 반죽 기계를 들여놓을 수 없어 봉평 일대에서 유일하게 막국수를 내놓지 않는다. 대신 손으로 반죽한 메밀칼국수의 깊고 구수한 맛은 막국수 생각을 달아나게 할 만큼 마음을 사로잡는다. 메밀싹비빔밥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늘 그릇이 부족하다. 늘봄먹거리 바로 옆에 있는 ‘미가연’은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누리는 집이다. 인기 메뉴인 메밀싹육회, 이대팔국수(100% 메밀국수) 등은 사장 오숙희씨가 직접 메밀연구소를 열어 개발해낸 것들이다. 그는 지난해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매년 겨울이면 송어축제가 열리는 평창의 송어는 내·외지인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별미다. 가을에 알을 짜낸 뒤 14~15개월 정도 자랐을 때가 맛이 가장 좋을 때다. 그래서 요즘이 제철이다. 평창 미탄면에 자리잡은 ‘기화송어’는 영롱한 선홍빛이 도는 탱탱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송어 때문에 멀리서도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식당 바로 옆에는 치어를 키우는 양식장이 있다. 평창 일대 송어횟집에서는 넓은 대접에 송어회를 넣고 콩가루와 초장을 버무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 주인 권미선씨는 특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콩가루 대접을 내놓지 않는다. 그는 “싱싱한 육질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 되지 왜 고추장이나 다른 양념 맛으로 먹느냐”고 되묻는다.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진태원은 탕수육 맛으로 소문난 ‘전국구’ 중국집이라 늘상 붐빈다. 용평면과 대화면에서 형제가 각각 운영하는 ‘먹쇠루’는 지역민들에게 맛으로 소문난 중국집이다. 낙지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황제짬뽕(1만원)과 푸짐한 해물이 올라간 삼선짬뽕(8000원)은 진하면서도 개운한 국물맛이 좋다. 탕수육(2만원)을 찾는 손님도 많다. 요리연구가 조정강씨가 운영하는 정강원은 정통한식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데다 한옥으로 꾸며진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횡성한우만큼이나 유명한 평창 대관령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보려면 대화한우타운이나 대관령한우타운으로 가면 된다.

▲ 맛집 전화번호 (033)

그루터기 732-2799 기화송어 332-6277 늘봄먹거리 336-2525 먹쇠루 332-0789, 334-3900 미가연 335-8805 오음산산야초밥상 010-4188-8114 윤가이가 343-1208 정강원 333-1011 진태원 335-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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