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보다 실 많아”… 10년 만에 한계 드러낸 ‘성과 연봉제’

2014.04.03 21:46 입력 2014.04.03 21:48 수정
박철응 기자

한국지엠, 임금체계 ‘호봉제’ 환원 배경과 의미

미국의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직후부터 사무직 직원들을 상대로 이른바 서구식 연봉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과장급 이상에만 실시하던 연봉제를 2003년 모든 사무직으로 확대했고, 2006년에는 각 개인별 성과주의를 강화해 금융시장의 ‘펀드’ 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일정 기간의 능력과 성과를 수익률처럼 환산해 임금 인상 때 반영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조하는 GM의 철학이 우선시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년간 이어온 한국지엠의 성과 중심 연봉제는 막 내리고 과거와 같은 연공급제로 되돌아가게 됐다. 회사 측은 각종 수당은 여전히 개인 성과에 따라 지급한다고 하지만, 큰 틀에선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이 지배적인 체계가 된 셈이다. 모든 사무직이 매년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기준기본급 인상을 적용받게 된다.

▲ 직원 평가에 객관성 의문
서로 돕지 않는 문화 생겨
회사도 ‘효율성 없다’ 판단

“득보다 실 많아”… 10년 만에 한계 드러낸 ‘성과 연봉제’

노동계와 경영계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지엠이 U턴하게 된 배경이다. 노조 측은 확대된 임금 격차가 조직 문화와 직원들 간 업무 협조에 차질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수 금속노조 한국지엠 사무지회 교육선전실장은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팀장 개인의 평가에 따라 성과급이 10%에서 제로(0)까지 벌어지니까 직원들이 서로 돕지 않는 문화가 생겨났다”면서 “특별히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많은 성과급을 받는 직원이 있으면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도와주지 않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80% 이상의 조합원들이 성과 중심 연봉제를 불신한다는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도 이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었다. 이 실장은 “회사 입장에서도 연봉제가 업무 효율성이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도 지나치게 임금 편차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여가는 데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에서 40대 중반 이후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전체적으로 연공급 대신 직무·성과급을 늘리는 방식의 임금 체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직무성과급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검증 결과가 없으며 연공급제를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연공임금을 직무·직능급으로 전환한 사례와 성과주의 임금 제도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수익성과 생산성 등 경영성과에 의미있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10여년 동안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운영해왔지만 긍정적인 영향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역기능이 컸다”면서 “평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노동자들이 납득하지 못했다.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부가 거꾸로 가는 매뉴얼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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