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소장 광배, 봉화서 사라진 것 추정”

2014.06.17 06:00

김태형·황평우씨 일제 때 사진 대조 오전리 유물과 동일 주장

“문화재 제자리에 돌려놔야”… 미술관 측은 “도난된 것 아니다”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관장 홍라희)이 경북 봉화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불교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암미술관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불교미술 연구자인 김태형 학예연구사(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경북 봉화군 오전리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보이는 9세기의 석조 광배(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진리·지혜의 빛을 상징하는 것으로 불상의 머리, 몸체 뒤쪽에 자리하는 불교장식)가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돼 있는 것을 최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광배는 높이가 195㎝ 정도로 통일신라시대 석조 광배로는 대형이다. 광배 앞면에는 당초문으로 보이는 문양이 정교하게 돋을새김돼 있으며 두 줄의 원으로 구성된 두광, 두광과 연결된 양쪽 아래 신광이 표현돼 있다.

김 학예사와 황 소장은 “호암미술관 소장 광배는 경북 봉화군 오전리의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54호’인 ‘석불 좌상’ 옆 바닥에 있던 것으로 현장조사에서 확인했다”며 이 광배가 ‘석불 좌상’과 나란히 있는 모습을 촬영한 일제시대의 사진 등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광배는 현재의 ‘석불 좌상’ 오른편 땅 위에 세워져 있다. 이 사진은 1916~1944년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며 수덕사 대웅전, 화엄사 각황전, 장안사 사성전 등의 수리공사를 감독하며 각종 문화재 수리공사와 유적조사에 참여한 오가와 게이키치(小川敬吉·1882~1950)가 촬영한 것이다.

일제시대에 오가와 게이키치가 촬영한 경북 봉화군 오전리 광배와 불상 사진.

일제시대에 오가와 게이키치가 촬영한 경북 봉화군 오전리 광배와 불상 사진.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광배.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야외에 전시돼 있는 광배.

현재 오전리에는 광배는 없어진 채 경북도 유형문화재 154호인 ‘석불 좌상’의 몸통만 남아 있다.

현재 오전리에는 광배는 없어진 채 경북도 유형문화재 154호인 ‘석불 좌상’의 몸통만 남아 있다.

이 사진은 1994년 당시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국내에서 발간한 자료집 <오가와 게이키치 조사 문화재자료>에도 ‘부석사 석불좌상/경북 영풍/통일신라(9세기)/07021-97’이라는 설명과 함께 실려 있다.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집은 당시 해외 소재 문화재 자료수집 사업의 하나로 일본 교토대학에 소장된 오가와의 자료를 조사, 1993년 12월 수집한 것”이라며 “‘석불 좌상’과 함께 있는 광배 사진은 각종 유물 사진, 탁본 등 모두 1727건 4660장에 이르는 오가와 자료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 학예사와 황 소장은 “현지 주민들을 탐문한 결과 광배는 ‘석불 좌상’의 불두와 함께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있었으나 전쟁 후 누군가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며 “광배가 무단으로 반출된 이상 호암미술관은 광배를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암미술관 측은 전시 중인 광배와 사진 속 광배가 동일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양측의 문양, 크기, 양쪽 사진의 합성후 비교 등을 통해 두 광배가 동일한 것으로 확신한다”며 “당시 광배와 함께 없어진 불두도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불두의 소장 여부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호암미술관은 야외에 전시 중인 광배가 사진 속의 광배와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들은 이날 두 광배가 다르다는 근거로 “사진 속 광배의 두광은 옆으로 퍼진 타원형인데 호암미술관 광배는 완전한 원형이며 사진 속 광배는 하단 오른쪽이 깨진 것으로 보이는데 호암미술관 광배는 파손 부위나 수리한 흔적도 없다”고 밝혔다. 호암미술관 측은 “일방적 주장에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진 속 광배와 호암미술관에 전시된 광배가 동일한지 여부를 먼저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설사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미술관 측의 자발적인 선의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뿐 법적으로 제자리에 되돌려 놓게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와 인접한 호암미술관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수집한 고미술품을 연구·조사하고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1982년 개관됐다. 리움이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춘 미술관이라면, 호암미술관은 고미술품 중심으로 해마다 기획전시 등을 열고 있다.

한편 리움은 2006년 소장 중이던 불교 문화재 ‘현등사 사리와 사리구’가 “도난당한 문화재”라며 돌려달라는 대한불교 조계종 현등사의 요청에 따라 되돌려준 적이 있다. 리움은 당시 불교계와 법정 소송까지 벌여 승소해 돌려줄 필요가 없었으나 불교계가 반발하자 법적 차원을 넘어 선의로 되돌려 줬다.

<사진제공 | 김태형·황평우·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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