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미완의 타결’

박 대통령, 협상 중 정치권 비난… 여 “유족 참여 안돼” 다시 강경

2014.09.30 22:19 입력 2014.10.01 09:45 수정

여야·유족 숨가빴던 하루

여 “협상권 위임” 유족 “언어 탄압”… 8시간 넘는 대치 끝 야 “등원 불가피”

여야는 30일 8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협상 말미까지 양당 지도부는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는 등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세월호법 논의는 여야·유가족 3자가 대화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협상권한 위임 문제로 충돌하면서 문턱부터 난항을 겪었다. 여야 본협상에서도 구체적인 세월호법 문구, 타 법안 연계범위 등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 09:00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진심으로 성의와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밤 총회에서 특별검사 추천권 강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구체적 협상안을 도출한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대표단은 일찌감치 국회에 도착해 대기 중이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3자회동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유가족이 박 원내대표에게 협상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1:05‘장외 입씨름’에 이어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유가족 대표 간 3자회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협상권한 위임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이완구 = 여야 간 1·2차 합의가 (야당 추인 보류로) 지켜지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에게 권한이 있음을 유가족이 국민과 언론 앞에 얘기해줘야 한다.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 = 최소한의 부분은 박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전권 위임 주장은 유가족에 대한 언어 탄압이다.

박영선 = 새누리당이 진솔하게 대화했다면 유가족으로부터 협상 전권을 얼마든지 받아 협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날 회동은 이례적으로 약 30분 동안 TV를 통해 여과 없이 공개돼 여야·유가족 간 공방이 그대로 노출됐다.

■ 13:20 이 원내대표는 협상 중간 일반인 가족대책위 대표단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같은 시각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회 등원 문제를 논의하는 의원총회에 앞서 세월호법 처리 방향과 본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한 비대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b>활짝 웃는 여</b>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에서 첫번째)와 이완구 원내대표(두번째)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30일 오후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활짝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활짝 웃는 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에서 첫번째)와 이완구 원내대표(두번째)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30일 오후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활짝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b>표정 굳은 야</b>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와 박영선 원내대표(가운데) 등 야당 지도부가 30일 오후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 직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정지윤 기자

표정 굳은 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와 박영선 원내대표(가운데) 등 야당 지도부가 30일 오후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 직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정지윤 기자

■ 14:00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속속 입장했지만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특별검사 후보군 4명을 여야·유가족이 함께 특검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해법에 대해 “원내대표가 나를 압박하는데, 나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 의총 관계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간을 늦추려 하자 곳곳에서 “이러지 마세요” 등 여당 의원들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 15:00 결국 본회의가 정회됐고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한쪽과 운영위원장실을 오가며 협상을 계속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유병언법을 세월호법 처리와 함께 논의하자고 하면서 새정치연합은 고뇌에 빠졌다. 또 새누리당은 특검 후보군 4명의 추천자를 당초 ‘여야·유가족’에서 ‘여야’로 바꿔야 한다고 압박했다.

■ 16:50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3 대 3으로 만났다. 회동 중간 바깥으로 “새누리당 강경파 반대로 협상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때 고성이 터져나오면서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소집돼 국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각각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에 대기하며 지루한 대치를 이어갔다.

■ 17:30 여야 원내행정기획실이 돌연 바쁘게 돌아갔다. 여야가 10월 말까지 세월호법과 정부조직법·유병언법 일괄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쪽으로 합의문을 작성 중이라는 얘기가 새어나왔다. 새정치연합 의총에서 이해찬 의원은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때”라고 발언했고, 의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 19:15 여야 합의사항은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가 낭독했다. 세월호 가족들의 반발에 박 원내대표는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두운 표정으로 긴 침묵을 지키다 “유가족 마음을 다 담지 못해 가슴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협상책임자인 이 원내대표와 김 원내수석부대표를 껴안고 박수를 치는 등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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