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집회 무분별한 채증은 위헌” 연세대 학생들 헌법소원

2014.10.07 14:35 입력 2014.10.07 16:44 수정

경찰의 집회·시위 채증활동에 대해 연세대 학생들이 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경찰의 채증활동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김민후씨(28) 등 4명은 이날 헌재에 낸 소장에서 “경찰은 각종 집회·시위에서 집회 불법성 여부를 가리지 않은 채 광범위하게 채증행위를 하고 있고, 이 같은 공권력 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집회 무분별한 채증은 위헌” 연세대 학생들 헌법소원

김씨 등은 지난 8월 29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세대 재학생·졸업생·교수 도보행진’ 중 경찰관 200여명이 “미신고집회”라며 막아서자 항의하다가 경찰 카메라에 의해 채증을 당했다.

이들은 당시 평화적 집회·행진이라면 미신고집회라도 해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항의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등은 “채증행위는 불법집회에 대한 증거수집 활동이지만, 상세한 법 규정을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위축되게 하는 효과를 낳아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채증의 법적 근거인 경찰청 예규 ‘채증활동규칙’에 나와 있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조항이 모호해 경찰이 악용할 소지가 있고, 이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이후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등에 참가한 시민들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채증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의 채증은 2010년 2329건에서 2013년 5366건으로 2배가량 늘었고, 올해 7월 말까지는 2568건을 채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히 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정권 비판 집회에서 어김없이 채증 카메라가 대거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은 집회 참가자들과 시민도 채증 대상이 됐다. 카메라는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아왔다.

채증 카메라의 실체는 ‘무법 카메라’다. 관련 법률은 없고, 경찰 내 예규인 ‘채증활동규칙’만 있을 뿐이다.

경찰청 정보국은 채증의 법률적 근거로서 3가지 법 조항을 든다. 경찰법 3조의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과 경찰관직무집행법 2조의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형사소송법 196조의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이다. 이들 법 조항 어디에도 채증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채증 장비 규정도 명확히 없다 보니 교통체증상황을 점검하는 폐쇄회로(CC) TV도 집회 채증에 이용돼 왔다. 대법원 판례는 채증 활동을 ‘명확히 불법 상황이 있을 때’로 한정하지만, 경찰은 이 판례를 어기며 채증을 이어가고 있다.

채증당한 사람이 채증 자료를 열람하거나 정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규정에 없다. 채증활동규칙에는 ‘채증 자료가 수사 등 목적을 달성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폐기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폐기했는지 알 길이 없다. 경찰은 시민사회와 국회의 채증 정보 공개 요청에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관련 전문가의 감독을 받으라”는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채증카메라의 불법 소지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경찰청 기자 간담회에서 “경비 경찰이 활용하는 채증 카메라를 가급적 명확한 불법행위가 있을 때에만 하라고 일선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9월 말 세월호 국민대책위 주최 특별법 촉구 집회 등부터는 채증 카메라가 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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