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침입해 머리 밟자 흉기 휘둘러... 법원 "정당방위 아냐"

2014.10.29 18:12 입력 2014.10.29 18:33 수정

집에 갑자기 들어와 머리를 발로 밟으며 때린 사람을 흉기로 찌른 50대가 징역형을 받았다. 법원은 이 50대 남성이 여러차례 흉기를 쓴 행위를 두고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집에 들어와 머리를 밟는 등 폭행을 가한 이모씨(66)를 흉기로 여러차례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김모씨(56)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7월4일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열려있는 현관문으로 이씨가 들어와 머리를 밟는 등 폭행을 가하자 급히 일어났다.

이씨는 김씨가 잠이 들기 전 집 밖에서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오해해 이를 따지기 위해 김씨의 집을 찾은 것이었다.

이씨의 몸과 옷을 붙잡는 등 몸싸움을 벌이던 김씨는 식탁에 놓여있던 12㎝ 길이 흉기를 들어 이씨의 오른팔과 왼쪽 어깨, 왼쪽 옆구리 등 3차례 찔렀다.

이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김씨는 즉시 119에 신고했고 소방대와 함께 온 경찰에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단 점과 이씨의 폭행에 방어하는 차원에서 흉기를 들었단 점, 즉 정당방위 혹은 과잉방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김씨는 자신의 행위로 이씨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김씨의 정당방위 혹은 과잉방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는 이씨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씨를 공격하거나 보복할 의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행위는 방위 의사에 기초했다고 볼 수 없고 사회적으로 알맞게 받아들여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김씨 역시 ‘화가 나서’ 이씨를 찔렀다는 점과 찌른 후에도 이씨에게 경고했단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김씨가 상당히 강한 힘으로 흉기를 사용했고, 이씨는 어떠한 흉기나 위험한 물건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흉기로 여러차례 이씨를 찌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씨가 김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폭행을 가해 범행 유발에 다소 책임이 있는 점과 범행을 중지하고 구조 요청을 한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방위의 한도를 넘어섰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판결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집에 들어온 도둑을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와 허리띠 등으로 때려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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