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로 찾는 소통의 삶

2015.02.13 21:00 입력 2015.02.13 21:08 수정

다작의 저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2013년부터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감정 독재>를 시작으로 2014년 6월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에 이어 최근 <생각의 문법>(이상 인물과사상사)을 차례로 내놨다. 이 책들의 부제는 순서대로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1·2·3’이다.

무엇에 대한 이론이기에 ‘세상을 꿰뚫는 이론’일까. 부제의 의미는 먼저 ‘증오’와 ‘감정’ ‘확신’이라는 키워드를 해석해야 이해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은 ‘증오의 종언’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2013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분법에 너무 익숙해 있어요. 노무현 시대에는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라고 하고, 이제는 이명박 때문이라고 해요. 정치의 주요 콘텐츠가 너 때문이라며 책임을 묻는 증오와 공포입니다. 진영논리에 휩싸이다 보니 저쪽이 일리가 있는 주장을 해도 배격해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지 정책이건 이슈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왜?’로 찾는 소통의 삶 이미지 크게 보기

■ 감정 - 모든 갈등의 원천

격렬한 감정인 증오를 끝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강 교수는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인간은 이성에 의해 움직이는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감정에 의해 움직인다. 감정(emotion)이라는 단어는 ‘움직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모테레(motere)’에 ‘떠나다’의 뜻을 내포한 접두사 ‘e’가 결합된 것이다. 강 교수는 “많은 경우 이성은 감정의 ‘졸’이거나 ‘호위 무사’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감정 독재>에서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 독재’ 체제하에서 살게 됐다고 분석한다. “속도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함으로써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사가 데이비드 란데스는 <국가의 부와 가난>(1998)에서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최고로 선량한 사람은 모든 확신을 잃어버렸고 최고로 악한 자들은 어두운 열정에 몰두하나니”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광신주의, 당파주의, 적개심이 오늘날 더 만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떤가. 정치·지역·세대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그 근저에는 ‘감정’이 있다.

■ 확신 - 진실의 위험한 적

감정의 독재는 확신을 가져온다. 강 교수는 ‘확신’이 소통의 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확신, 신념은 소중히 여기지만 갈등을 빚는 상대방의 확신이나 신념은 ‘편견’이나 ‘고집’으로 여긴다. 그는 니체의 “확신은 거짓말보다 위험한 진실의 적”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지금처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확신이다. 확신은 나의 확신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잔인한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가령 ‘왜 세상은 날이 갈수록 갈가리 찢어지는가?’ 생각해보자. 강 교수는 ‘사이버발칸화’라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발칸화’는 발칸반도의 나라들처럼 서로 적대시하는 약소국가들로 분열된다는 말인데, ‘사이버발칸화’는 인터넷이 분열로 치닫는 현상을 뜻한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브리뇰프슨과 보스턴대의 마셜 반 앨스타인은 “자신들의 현재 선호에 적합하지 않은 자료를 가려내는 능력을 가진 개인들은 가상 파벌을 형성하고 반대 견해들과는 스스로 절연하고 자신들의 편견을 강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발달했지만 점점 사람들은 선호하는 정보만을 받게 되고 저절로 편견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을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은 산수를 통해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 선호에 가까운 사람들의 글만 뉴스피드에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사이버발칸화’는 사이버 세계 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세계에서 편견을 강화한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그 확신을 강화한다.

■ 소통 - 내 오류 인정해야

강 교수는 확신의 근원과 과정을 탐구하기 위해서 이 시리즈를 썼다. 그의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일상적 삶과 관련된 수많은 의문에 대해서도 모두 다 그 이유를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확신은 각종 심리적 편향과 오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걸까?” 그는 ‘왜?’라는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고 여러 분야의 수많은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을 끌어들여 답을 하려고 시도한다. 각 권에서 50개씩 질문을 던졌다.

결국 시리즈의 목적은 ‘소통’이다. 증오의 문화를 끝내기 위해서는 확신하는 태도를 넘어서야 하고, 자신의 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라고 물어야 자신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앞으로도 수백개의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각 질문에 맞는 이론들을 동원해 답하겠다고 한다.

“‘확신’보다는 ‘지식’에 근거한 소통을 시도해보자고 하는 뜻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의 문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 소통에 충실한 삶을 기대합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