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다시 만들라

2015.03.30 20:54 입력 2015.03.30 20:55 수정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것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이 직접 수사·기소하겠다고 한 게 아님에도 여권은 시종일관 이 논리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특위)는 수사·기소권 없이 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는 지금 국무총리가 되었다. 이 총리에게 묻고 싶다. 지난 주말 해양수산부에서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살펴보았는가.

정부 입법예고안은 세월호특위 사무처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도 특위 측이 요구한 120명에서 85명(상임위원 5명 제외)으로 대폭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것은 주요 업무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게 된다는 점이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각 소위원회 위원장이 해야 할 기획조정 업무를 공무원 조직이 담당하도록 했다. 조사를 지휘하고 종합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도, 진상규명 업무 최일선에 나서는 조사1과장도 공무원이 맡게 된다. 특위의 1차 조사대상이 공무원인데, 그 공무원들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격이다. 이것이야말로 ‘자력구제’의 결정판 아닌가. 입법예고안은 진상규명 범위도 ‘정부 조사자료 분석’에 국한토록 했다. 성역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정부가 조사하지 않은 내용은 들여다볼 생각도 말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세월호특위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을 거론하는 일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특위 무력화를 넘어서, 특위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마저 엿보이는 까닭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세월호특위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다. 새누리당 의원은 특위를 “세금도둑”으로 몰고, 새누리당 추천 특위 부위원장은 파견 공무원들을 철수시켰으며, 해수부 파견공무원은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 해수부는 특위 측에서 보낸 시행령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일방적으로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그러나 정부 뜻대로 시행령이 제정돼 진상조사가 이뤄진다 치자. 누가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는가. 정부가 시행령안을 밀어붙인다면 사랑하는 혈육을 가슴에 묻은 시민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을 폐기하고 특위 측과 논의해 시행령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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