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국의 라스푸틴 - 거울로 삼을 일본 ‘검찰 폭주’

2015.03.30 22:14 입력 2015.03.30 22:17 수정
최재경 | 전 인천지검장

▲ 우국의 라스푸틴 | 사토 마사루·나가사키 타카시

[최재경의 내 인생의 책](2) 우국의 라스푸틴 - 거울로 삼을 일본 ‘검찰 폭주’

J형! 요즘도 기자들이 힘들다는 법조에 출입하고 있습니까? 검찰이 활기차게 움직이니 고생 많겠습니다.몇 년 전 검사였던 제게 <우국의 라스푸틴> 1·2권을 주며 일독을 권했지요. 일본 만화 마니아로 의기투합한 뒤였지요. 3권부터는 출간되는 대로 사봤고, 완결판 6권은 검찰을 떠나 한가해진 작년 말에 봤습니다.

전직 외교관 사토 마사루(佐藤優) 원작을 공포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伊藤潤二)가 그린 만화였지요.

사토는 1988~1995년 주러 일본대사관에 근무한 뒤 외무성에서 북방 영토 문제 해결에 노력하다가 2002년 5월 도쿄지검 특수부에 구속되어 512일간 수감 생활을 했답니다.

재판에서 무죄로 석방되자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고, 지금은 대표적 우익 논객이 됐다네요. 이 책은 사토의 개인적 체험을 극화한 것이라지요.

일본 특수검찰이 소위 ‘국책 수사’에 나서 한 외교관을 표적 삼고 폭주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더군요. 검사가 피의자의 동료를 회유해 위증케 하고 관련자를 압박해서 사건을 조작합니다. 만화 같은 내용이지만 그 무렵 일본에서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오사카지검 특수부 검사가 증거를 조작한 것이 2010년 9월 언론에 폭로되자 최고검찰청에서 특별수사팀을 꾸려 해당 검사와 특수부장, 부부장을 기소했고 검사총장과 간부들이 인책 사퇴해서 일본 검찰은 쑥대밭이 됐지요.

그 검사는 법정에서 ‘상사의 뜻에 맞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범행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얼마 전 방송된 드라마 <펀치>를 보셨나요? 저는 보지 못했다가 주변에서 걱정하는 이야기가 많아 ‘돌려보기’로 봤습니다. 1·2편을 보다가 ‘저건 아니야’ 하고 자 버렸습니다. 제대로 수사하는 검사가 없고 모든 사건을 조작·은폐한다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대한민국 검사들의 정의감, 이의제기권 등 촘촘한 견제 시스템, 베테랑 법조기자들의 감시망을 생각하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제 처는 재미있다며 며칠에 걸쳐 끝까지 보더군요. 황당무계! 그런데 J형! 궁금합니다. 왜 제게 그 책을 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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