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성완종 녹음파일’ 유족 ‘중단 요청’에도 방송

2015.04.15 22:48 입력 2015.04.16 08:16 수정

방송 전 “고인 육성 안돼” 전화에 “지금 어렵다” 거부

입수 경위 구체적 설명없이 방송 강행… 언론윤리 무시

“타사 취재수첩 훔쳐 보도한 격”… 유족 법적 대응 방침

jtbc가 15일 <뉴스룸> 2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의 녹음파일을 무단 방송했다. jtbc는 방송에 앞서 유족과 경향신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손석희 앵커는 방송 직전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해서 그 (녹음파일) 대부분을 방송할 것”이라고 말하고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손 앵커는 2부 방송에 앞서 ‘성완종 통화 음성파일’을 곧 공개할 것을 수차례 예고했다.

성 전 회장의 장남 승훈씨는 jtbc 보도국에 전화를 걸어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 방송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jtbc가 15일 <뉴스룸> 2부에서 경향신문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단독 인터뷰 녹음파일을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단 방송하고 있다. | jtbc뉴스화면 캡처

jtbc가 15일 <뉴스룸> 2부에서 경향신문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단독 인터뷰 녹음파일을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단 방송하고 있다. | jtbc뉴스화면 캡처

앞서 경향신문은 유족의 동의를 받고 인터뷰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어 고인의 육성 녹음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녹취록은 지면에 싣되, 녹음 육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향신문 박래용 편집국장도 <뉴스룸> 2부가 시작되기 전 jtbc 오병상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족들이 녹음파일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방영 중단을 요구했다.

또 “경향신문 기자가 인터뷰한 녹음파일을 아무런 동의 없이 무단 방송하는 것은 타 언론사의 취재일지를 훔쳐 보도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언론윤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항의했다. 오 국장은 “지금 방송 중단은 어렵다”며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내보냈다.

jtbc가 입수한 녹음파일은 이날 경향신문이 검찰에 제출할 당시 보안 작업을 도와주겠다고 자진 참여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인성씨가 검찰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jtbc 측에 ‘경향신문 보도 후에 활용하라’며 녹음파일을 넘겨주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경향신문이 유족의 동의를 받아 진실규명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넘긴 것인데 그것을 다른 언론사가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메인뉴스에 보도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나친 시청률 경쟁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보인다”며 “검찰에 넘긴 파일이 어떻게 jtbc에 넘어갔는지 유출 경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 김서중 교수는 “유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육성을 내보내는 게 중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족과 경향신문은 jtbc와 녹음파일을 무단으로 유출한 김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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