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충’법? 홍가혜법?

2015.04.17 21:05 입력 2015.04.17 21:42 수정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이 지난 13일 모욕죄 남용 사건은 각하하거나 사건에 따라 고소인을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 좋다. 모욕죄가 남용될 수 있다는 걸 검찰이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참여연대가 같은 날 제출한 위헌제청신청에 힘을 실어준다고 볼 수 있다. ‘모욕죄’는 타인에 대한 사람의 감정, 견해, 평가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1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를 통해 이미 폐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검찰이 기소하고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형태의 모욕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밖에 없다.

[시론]‘일베충’법? 홍가혜법?

사람이 자신의 기대에 비추어 낮은 평가를 받으면 모욕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검경이 개입해 평가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비례적이지도 않고 남용될 것이 뻔하다. 게다가 특히 분노할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를 서로 나누지 못하도록 해 민주주의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 지난해 모욕죄 검거 1만5287건 중 약 10%인 1397건이 경찰관 모욕죄(파출소 주취 난동 제외)이고 집회 등에서 상당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현행범 체포가 5000여건이라는 통계는 남용의 가능성을 체감하게 해준다. 실제로 최근 박석운 활동가가 영장 없는 집회기물 압수에 항의하자 담당 경찰관이 모욕죄로 고소하고 검찰이 기소했다.

그런데 검찰이 고소 남용 사례로 홍가혜씨를 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홍씨가 1000명 넘게 고소를 한 것은 맞고 ‘악플’을 당했다고 해서 국가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 고소는 더 많은 악플을 부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많은 악플을 당하게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홍씨가 1년 전, 세월호 침몰 당시 세월호 구조 상황을 비판했던 인터뷰를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고 감옥에 수백일 동안 가둬놓아 그야말로 국민적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검찰 아닌가? 홍씨는 그 후 무죄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홍씨를 “허위의 인터뷰를 한 자”라고 칭했는데, 재판이 진행 중인 국민에 대해 검찰이 이렇게 하는 것은 1심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자 항소심 재판부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검찰의 모욕죄 남용에 대한 발표를 ‘홍가혜법’이라고 부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베충법’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2009년 ‘사이버모욕죄’ 반대운동부터 모욕죄 폐지운동을 해온 참여연대에 처음 들어온 집단고소 사태 제보는 지난해초 ‘일베충’이라는 표현에 대한 것이었다. 위헌제청 신청인도 지난해 온라인 ‘SLR클럽’에 ‘일베’ 이용자가 들어와서 “SLR클럽은 좌파사이트”, “세월호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종북, 빨갱이” 등의 글을 올리자 이 사람을 비판하면서 ‘일베충’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총 77명이 함께 고소 및 기소되었다.

‘일베충’ 표현을 처음 쓴 제3의 인물은 고소되지 않은 것은 유도의 의심이 든다. 검찰이 합의금 뜯기 사례를 찾고 싶다면 이 사례가 훨씬 더 의심스러운데 이 사례들은 버젓이 기소를 하고 한참 지난 후의 홍씨 사례를 비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지난 13일의 검찰 발표는 ‘일베충법’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유엔자유권규약 20조’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러한 발언은 차별적 구조상 실제 해악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못하면서 그런 법에 포함되었을 ‘혐오표현 규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조항 하나가 있을 뿐이다. 이번 집단고소 사태를 통해 현재의 ‘모욕죄’를 하루빨리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만들기로 뜻이 모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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