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 번째 피고인이 된 조희연

2015.04.20 21:12 입력 2015.04.20 21:15 수정
조국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78년 대학 4학년생 조희연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철폐를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비판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법정에 섰다. 법원은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이 20대 초 청년을 감옥에 가두었다. 35년이 흐른 뒤인 2013년, 50대 후반이 된 조희연은 재심판결에서 무죄를 받았다.

[기고]두 번째 피고인이 된 조희연

이후 서울시교육감이 된 조희연은 올해 다시 법정에 섰다. 37년 만에 다시 피고인이 된 것이다. 사실관계는 간단하다.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운동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KBS 출신 탐사보도 전문가인 최경영 기자가 고승덕 후보 및 가족의 영주권 문제를 트위터에서 제기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의혹이 증폭되고 있었다. 조 후보 측은 이와 같은 문제는 교육감 후보의 자격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며, 후보 검증 차원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고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영주권 보유 여부는 제3자가 확인할 수 없기에 당사자의 직접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고 후보는 자신의 자녀들은 고 후보 유학시절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고 후보 자신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적이 없다고 공개편지로 해명했고, 조 후보는 다시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로 해명해달라는 공개 서신을 보냈다. 이에 고 후보는 여권 사본 등을 제시하며 영주권 없음을 주장했다. 이후 최경영 기자는 트위터에서 사과를 했고, 조 후보는 선관위로부터 주의경고를 받았다.

사실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도 조희연 후보를 향해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연루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모두 사실무근임이 판명되었고, 고 후보 역시 선관위로부터 주의경고를 받았다.선거가 끝난 후 경찰은 조 후보에 대한 ‘불기소(무혐의)’ 의견을 검찰에 올렸다. 조 후보 측의 주장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2010나68581 판결)으로 보기 어렵고, “제시된 소명자료 등에 의하여 그러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2001도6138 판결)라고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조 후보만을 기소했다.

공직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보장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선거라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절차에서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 행사를 형사처벌로 제약하는 것은 무조건 경계되어야 한다. 사후적으로 부분적 오류와 과장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제제기 당시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면 처벌하면 안된다. 만약 “100%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가 선거법의 원칙이 된다면, 후보 검증은 불가능해진다.

선관위가 주의경고로 마무리하고,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밝혔음에도 왜 검찰은 기소를 했을까. 무죄가 나도 상관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기소가 되고 재판을 받으면, 그 과정이 마무리되는 오랜 시간 조 교육감은 공격을 받게 되고 업무추진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과 다른 정책을 추구하는 조 교육감을 비판하는 것, 자유다. 그러나 이렇게 ‘법률적 괴롭힘’을 가하는 것, 치졸하다.

이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현명한 평결을 기다린다. ‘준(準)사법기관’이 아니라 ‘정치기관’으로 움직인 검찰에 대해 배심원은 “이게 진짜 법의 정신이다!”라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