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티클이 주목받는 이유 5가지

2015.04.26 21:03 입력 2015.04.26 21:22 수정

리스티클(listicle)은 리스트(list)와 기사(article)를 합친 말이다. ‘~하는 몇 가지’라는 리스트 형태를 띤 글이다. 예를 들면 ‘이번 주말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5가지’ ‘중고차 살 때 주의할 점 7가지’ 같은 유다.

[아침을 열며]리스티클이 주목받는 이유 5가지

근래 국내외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리스티클이 양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리스티클이 만국공용어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리스트 형식은 새로 나타난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친숙한 것이다. 스티븐 코비의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모세의 10계명’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리스티클은 역시나 독자들에게 친숙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날개를 달았다. 상당수 온라인 매체가 리스티클을 주요 콘텐츠로 만들어내고 있고 일부는 리스티클만 모아놓은 섹션까지 신설했다. 한 소셜뉴스 사이트는 리스티클의 리스티클 격인 ‘2014년 공유 베스트 리스티클 10선’을 소개하기도 했다. 1위는 ‘피해야 할 여자친구 유형 13가지’였다.

리스티클의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이끈 미국 매체 ‘버즈피드’의 에디토리얼 에디터 잭 셰퍼드는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공유하는지 여러 가지 형식을 실험했는데 리스티클이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지목한 버즈피드는 월간 순방문자수가 1억5000만명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저널리즘 매체’로 발돋움해 있다.

리스티클이 각광받는 요인은 뭘까.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리스티클이 뜬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봤다.

1. 간결하게 요약해준다.

뉴스와 정보의 홍수 시대라 수많은 얘깃거리를 일일이 찾아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나 젊은 세대의 뉴스 소비 패턴은 짬날 때 잠깐씩 훑어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 사안을 두고도 각기 다른 얘기가 사방에 흩어져 있는 와중에 핵심적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 정리한 콘텐츠는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리스티클은 중요 항목만 콕 집어 한눈에 알아보게 해준다. 조금 더 친절한 리스티클은 우선순위까지도 정해준다.

2. 재미있고 부담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딱딱한 뉴스는 접하기가 왠지 부담스럽다. 그러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을 클릭했다가 이른바 ‘낚시 기사’에 걸리면 무척 당혹스럽다. 리스티클은 이해하기 쉽다. 시사적인 내용을 담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해준다.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보여준다.

3. 유용한 정보를 준다.

이 닦을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 5가지, 수험생 자녀에게 해서는 안될 말 5가지, 냉장고에 넣으면 안되는 과채 7가지…. 이미 아는 것 같아도 다시 확인하고 싶다. 리스티클은 실생활에 유효한 정보를 제공한다. 잘 골라 읽으면 이익이 된다는 느낌을 준다.

4. 궁금증을 유발한다.

뻔한 것 같은데도 클릭을 하게 만든다. 시답잖은 내용이라도 제목이 가리킨 내용을 담고 있으니 낚시 기사와는 다르다. 리스티클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얘깃거리를 주로 다룬다. 말초적인 흥미만 자극하는 리스티클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은 부작용이다.

5. 공유하기 좋다.

먹기 좋은 한입 크기 같다. 한눈에 쓱 훑어볼 수 있는 리스티클은 SNS 공유에 편리하다. 무겁지 않은 형식과 주제로 구성돼 있어 공유할 때 부담이 없다.

소셜 미디어의 성장과 더불어 지난해 최고조에 이른 리스티클에 대해 최근에는 싫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의 천지사방에서 ‘~하는 몇 가지’가 넘쳐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미디어 연구가 김낙호씨는 유행처럼 번진 리스티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예컨대 그 5가지면 충분하다, 그 5가지는 별개로 작용하며 중요도가 대등하다는 착시를 유발한다”고 했다.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올드 미디어라고도 한다) 쪽에서는 리스티클이 “옳고 좋은 것에 대한 판단과 주의력을 흩뜨린다”고 비판한다.

리스티클은 ‘뉴스인 듯, 뉴스 아닌, 뉴스 같은’ 콘텐츠다. 디지털 시대에 전통 미디어가 채우지 못한 틈새를 공략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고 지나쳐서는 안될 것 같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뉴스 형식을 다양화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전통 미디어가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티클이 디지털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기본”이라는 잭 셰퍼드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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