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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상 엿보는 한글 편지… 한글박물관, 어필 편지 등 100여점 전시

2015.04.26 21:30 입력 2015.04.26 21:46 수정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집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가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꼬….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울고 가네.”

편지를 쓴 사람은 영안도(현 함경도) 경성에 군관으로 지내던 나신걸(1461~1524)이다. 그는 1490년 무렵 고향인 충청도 회덕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한글 편지에 담아 부인 맹씨에게 보냈다. 2012년 5월 대전 유성구 금고동 안정 나씨 묘역에서 발견된 이 편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다.

조선시대 군관 나신걸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부인 맹씨에게 보낸 편지. |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군관 나신걸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부인 맹씨에게 보낸 편지. |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국립한글박물관이 올해 첫 번째 기획특별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를 열고 있다. 6월7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각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과 언어문화가 담겨 있는 한글 편지 100여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선조, 효종, 현종, 숙종, 정조가 남긴 현전하는 어필 한글 편지도 소개한다. “밤사이 평안하시었습니까? (궁에서) 나가실 제 내일 들어오옵소서 하였사온데 해창위(현종의 부마 오태주)를 만나 못 떠나셨습니까? 아무리 섭섭하셔도 내일 부디 들어오옵소서.” 숙종이 1680년 즈음에 딸(숙종의 누이)의 집에 가 있는 어머니 명성황후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아울러 추사 김정희의 한글 편지, 궁체로 유명한 하상궁이 러시아 베베르 공사 부인에게 보낸 궁체 편지, 김환기가 부인 향안에게 보낸 그림 편지, 백남준이 이어령에게 보낸 그림엽서도 선보인다. 또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인 박율랴씨가 고려대 유학 시절 한국어를 가르쳐준 타슈켄트 세종학당 선생한테 보낸 감사의 편지, 아프리카 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ADRF) 회장인 권이종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1960년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독일 탄광에서 3년간 광부로 일하면서 당시 독일에서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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